MBK파트너스가 국내에서 사들였던 기업들을 되파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기업을 팔려고 할 때마다 가격논란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데 매각차익을 내려는 전략과 가치를 낮게 바라보는 인수합병시장의 평가가 충돌한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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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최근 몇년 동안 인수했던 국내 기업들을 올해 매각해 차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코웨이 ING생명 딜라이브(옛 씨앤엠) 영화엔지니어링 네파 홈플러스 등 국내 기업 6곳의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코웨이 지분 30.90%를 매각하려던 절차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코웨이 주가가 낮게 평가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지분가치 3조 원 이상으로 현재 기업을 팔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웨이 주가는 9일 기준으로 8만5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는데 6월 중순 11만 원에서 22% 이상 떨어졌다.
7월에 얼음정수기 제품에서 중금속인 니켈이 검출돼 대규모 리콜을 한 탓에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이상 줄어든 데 영향을 받았다.
ING생명을 놓고는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후보에게 경영권을 매각하는 프로그레시브딜 방식으로 지분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원하는 만큼 성과를 낼지 불확실하다.
JD캐피탈 타이핑생명 푸싱그룹 등 중화권 금융자본이 ING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었는데 이들이 MBK파트너스에서 바라는 3조 원 이상을 인수가격으로 제시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딜라이브와 영화엔지니어링의 경우 양쪽 모두 매각에 성공해도 투자손실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딜라이브 채권단으로부터 빌렸던 인수금융 2조2천억 원의 만기를 연장하는 리파이낸싱을 끝내고 내년에 매각을 다시 추진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가 원금을 회수하려면 인수금융 금액인 2조2천억 원 이상으로 딜라이브를 팔아야 하는데 시장은 딜라이브의 매각가격 전망치를 1조5천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영화엔지니어링도 최근 마감된 매각예비입찰에 유암코(연합자산관리) 등 2곳만 참여해 투자원금 1100억 원을 회수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수경제가 침체되면서 인수합병에 주로 나섰던 대기업과 사모펀드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에서 바라는 가격이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가치를 훨씬 뛰어넘어 매각에 고전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보유했던 국내 기업 가운데 HK저축은행 매각에 유일하게 성공했는데 당시 매각대금 2229억 원은 애초 희망했던 2500억~3천억 원보다 다소 적은 수준이다.
국내 인수합병시장의 경우 매물은 넘치는데 수요는 제한되는 점도 MBK파트너스가 기업 되팔기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인수합병 거래건수는 상반기 기준으로 744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그러나 거래총액은 332억 달러에 불과해 지난해 상반기보다 51% 줄었으며 2013년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