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그룹이 올해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단을 축소하고 젊은 경영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친정체제 구축을 마무리하고 그룹의 지속적 성장을 목표로 경영 장악력을 높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친정체제 구축을 마무리했다. < LG > |
24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이 그룹 경영진 세대교체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배경에는 리더십에 대한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광모 회장은 오너 경영인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요 그룹 오너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아 은둔형 경영자로 분류됐다.
LG그룹 안팎의 말을 들어보면 구 회장은 그동안 스스로 회장이 아니라 지주사 LG의 대표로서 불리기를 바란다고 할 정도로 계열사별로 자율경영 체제를 유지했다. 대신 구 회장 자신은 그룹의 미래 사업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하지만 LG그룹의 이번 연말 인사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구 회장이 그룹 경영 전체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8년 무렵만 해도 LG그룹에는 6명의 부회장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올해까지 남았던 인물은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뿐이다.
구 회장의 아버지 구본무 선대회장의 사람이었던 권 부회장도 올해 연말인사에서 용퇴하면서 LG그룹의 부회장은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과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축소됐다.
신 부회장의 경우
구광모 회장이 취임할 때 부회장으로 영입한 인물이며 권 부회장의 경우
구광모 회장이 과거 LG전자를 거쳐 지주사 LG에 시너지팀 부장으로 넘어온 2014년 직속상사(시너지팀장, 전무)였던 인물이다.
올해 연말 인사를 통해 구 회장의 인물들로 LG그룹의 전체적 색깔이 완벽하게 바뀐 셈이다.
이와 함께
구광모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50대 젊은 최고경영자를 전진배치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LG그룹의 주력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LG이노텍이 이번 인사에서 최고경영자를 각각 김동명 사장(1969년생), 문혁수 부사장(1970년생)으로 교체했다.
▲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앞 로고 모습. < LG > |
구 회장은 주력 계열사에 젊은 수장을 내세움으로써 조직의 역동성을 더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구상은 최고경영자 아래 임원들 승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LG그룹은 임원인사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신규 임원 99명 가운데 1970년대생 이하가 97%를 차지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평소 주변과 격의없이 지내며 소탈하고 겸손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지만 경영스타일에서는 실용주의적 사고를 철저하게 적용하는 오너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인사 역시 사업에서 실행력을 보일 수 있는 젊은 인물을 과감하게 등용함과 동시에, 부회장단을 축소해 구 회장 본인이 의사결정자로서 직접 경영 전반을 아우르고 빠른 경영판단을 내리기 위한 토대를 닦은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지난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 "미래 준비에 있어 시장성, 성장성만 바라볼 게 아니라 차별적 고객 가치에 집중해서 절박하게 미래 준비를 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이번 임원인사에 대해 “이번에 선임된 최고경영진들을 차세대 경영인으로 지속해서 육성해 앞으로 LG의 고객가치 철학을 구현하고 회사를 성장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