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안정 속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대표이사는 교체했지만 현대그린푸드와 한섬, 현대리바트 등 다른 주요 계열사 수장은 그대로 유임하며 ‘웬만하면 신상필벌을 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이어갔다.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임원인사에서 안정 속 변화 기조를 보였다.
3일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올해 정기 임원인사는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라 사업환경이 변화했다고 판단하고 일부 계열사에 한해서만 변화를 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인사에서 대표이사가 교체된 계열사는 모두 4곳이다.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현대L&C, 현대퓨처넷 등이다.
교체 계열사 수로만 보면 현대백화점그룹의 결정 치고는 변화가 큰 편이다. 정 회장은 2021년, 2022년 진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표이사를 단 한 명도 바꾸지 않았다. 2020년 12월 실시된 인사에서 계열사 수장 4명을 교체한 뒤 3년 만의 대대적 변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점이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김 사장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 동안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 한섬의 대표이사를 맡다가 2020년부터 현재까지 현대백화점을 이끌었다. 대표이사로 재직한 시간만 12년이나 된 오랜 전문경영인이 이번에 현대백화점그룹을 떠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변화’만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정 회장의 임원인사 스타일인 ‘안정’도 ‘변화’ 못지않게 드러났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번 인사에서도 정 회장은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대표이사 사장을 유임했다. 박 사장은 2014년 12월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현대그린푸드 대표이사에 발탁된 뒤 9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박 사장은 현대그린푸드가 올해 초 인적분할로 쪼개지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 자리를 유지했다. 정 회장이 박 사장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윤기철 현대리바트 대표이사 사장도 내년에 계속 회사를 이끈다. 윤 사장은 2019년 말 실시된 임원인사에서 현대리바트 수장에 올랐는데 이번 인사에서 거취에 변화가 없었다.
현대리바트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김화응 전 대표이사 사장 체제를 유지했을 정도로 한 번 대표에 오르면 그 사람이 오래 자리를 맡는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
한섬 역시 김민덕 대표이사 사장 체제를 이어간다. 김 대표 역시 2019년 말 인사에서 한섬 대표에 오른 인물로 현대백화점그룹 내부에서 기획 및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정 회장은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재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에게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 이 대표는 2020년 말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에 발탁됐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6년 8월 설립된 뒤 7년 넘도록 단 한 번도 분기 흑자를 낸 적이 없다. 대부분 분기별로 100억 원대의 적자를 보다가 2분기에 영업손실 8억 원을 내며 흑자 전환의 가능성을 높였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