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최대 플랫폼 그랩과 함께 인도네시아 인터넷은행인 ‘슈퍼뱅크’ 지분 10%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랩은 동남아시아에서 차량호출, 배달, 모바일 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그랩은 싱가포르텔레콤과 함께 인도네시아 인터넷은행인 슈퍼뱅크의 최대주주 컨소시엄에도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슈퍼뱅크 지분 10%를 투자하며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사용자 디자인(UX), 여·수신 상품과 서비스 기획 과정에 참여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투자를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에 관한 이해를 높이고 사업 경험을 축적해 향후 동남아시아 인터넷은행 영토를 넓힐 역량을 강화할 계획을 세웠다.
윤 대표는 이번 슈퍼뱅크 지분 확보를 두고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전략적 서비스 제휴 및 기술 협력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뱅크 네트워크 구축 방안’도 논의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카카오뱅크가 미래 은행의 성공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다양한 기회를 모색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동남아시아 최대 플랫폼인 그랩, 통신회사 싱가포르텔레콤과 손을 잡게 된 만큼 사업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카카오뱅크는 국내에서 고객 수 약 4천만 명을 기록하는 최대 플랫폼 카카오를 모기업으로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모인 플랫폼에서 특색 있는 금융상품을 설계하고 운영한 경험이 있는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1738억 원, 영업이익 2482억 원, 순이익 1838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은 65.5%, 영업이익은 52.46%, 순이익은 48.48% 증가했다. 국내 인터넷은행 3사 가운데 실적 규모가 가장 크다.
카카오뱅크가 진출을 본격화한 인도네시아의 금융시장 상황도 향후 사업 전망이 밝을 것으로 전망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약 2억7천만 명으로 전 세계 4위로 꼽힌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15세 이상 인구의 절반은 아직 은행 계좌도 없을 만큼 금융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는 국토가 약 1만8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만큼 단일한 은행 서비스를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반면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휴대폰 보급률은 100% 이를 것으로 전망돼 인터넷은행이 확산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해외 진출 확대 전략에 인도네시아는 가장 알맞은 국가인 셈이다.
▲ 카카오뱅크가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 내부.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는 태국에서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인터넷은행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6월부터 태국 3대 금융지주사 SCBX와 손잡고 태국 가상은행(인터넷은행) 설립 인가 획득을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태국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안으로 ‘가상은행 최종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이후 6개월 동안 라이선스 신청을 받은 뒤 태국 중앙은행과 재무부의 심사를 진행해 이르면 2024년에 가상은행을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 '매몰차게' 떠난 한국 금융업계의 재진출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해 최소 자본금 기준을 7천억 원에서 1900억 원으로 낮추는 등 담장을 낮추고 있다.
태국은 인구 약 7천만 명의 국가로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영향력이 커 맹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게 된다면 동남아시아에서 큰 영향력을 갖춘 2개 국가에 모두 진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국내에서 약 2천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며 성장한 카카오뱅크가 해외에서도 고객 수를 늘려가게 된다면 인터넷은행 1위를 넘어서 국내 은행업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