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3-10-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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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스퀘어는 자회사인 SK하이닉스와 11번가, 티맵모빌리티의 순손실 영향이 커지면서 2023년 2분기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한 회사가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박성하 SK스퀘어 대표이사 사장이 주요 자회사들의 적자 지속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SK스퀘어는 자회사인 SK하이닉스와 11번가, 티맵모빌리티의 순손실 영향이 커지면서 2023년 2분기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한 회사가 됐는데 박 사장은 이런 오명에서 벗어날 방안을 놓고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3일 증권 및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가 금리인상 및 경기둔화 가능성으로 실적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자회사 상장 지연 및 기업가치 하락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K스퀘어는 2021년 11월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된 ICT분야 중간지주사다.
SK스퀘어는 직접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거나 SK하이닉스(지분율 20.1%), 11번가(80.3%), 원스토어(47.5%), 티맵모빌리티(60.1%) 등 자회사의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최근 주력 포트폴리오의 사업이 흔들리면서 2023년 2분기 마이너스 매출(–1274억 원)을 내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영업손실, 순손실을 내는 기업은 많아도 매출이 마이너스인 기업은 흔치않기 때문이다.
이는 SK스퀘어가 자회사의 실적에 따른 지분법손익 영향이 매우 큰 사업구조여서 벌어진 현상이다.
SK스퀘어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의 경우 매출이 아닌 순이익의 지분비율만큼이 SK스퀘어 매출로 반영된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에 순손실 2조9879억 원을 냈는데 이것이 SK하이닉스 지분 20.1%를 보유한 SK스퀘어 재무제표에는 매출 –6천억 원으로 반영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SK스퀘어는 지분법손실을 제외했을 때 올해 3분기 5361억1630만 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자회사의 순손실이 SK스퀘어 매출에 반영됨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마이너스 매출’을 거두게 된 것이다.
다만 마이너스 매출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SK하이닉스는 2분기를 저점으로 실적반등이 전망되고 있다.
올해 9월 들어 스마트폰, PC업체들의 반도체 재고는 정상 수준 아래인 3~4주 수준으로 떨어져 메모리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서버업체들의 반도체 재고도 7~8주 수준으로 상반기 대비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시장은 4분기 말부터 수급 정상화 국면에 진입하며 2024년부터 반도체 업황 회복이 가파르게 전개될 것”이라며 “메모리 고정가격은 2021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상승 전환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 박성하 SK스퀘어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마이너스 매출'의 오명을 벗기 위해 적자 자회사들의 실적개선과 함께 지분매각 및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 SK스퀘어 >
이에 따라 박성하 사장은 또 다른 적자 자회사인 11번가와 T맵모빌리티 적자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11번가와 T맵모빌리티는 올해 상반기 각각 509억 원, 380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번가가 애초 약속했던 9월 상장추진이 무산된 것도 실적개선이 기대보다 늦춰지면서 예전의 높은 기업가치로 평가받기 어려워진 탓이다. 11번가는 2018년 투자를 받을 당시에는 2조7천억 원의 기업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현재는 약 1조 원까지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기업공개 재추진이나 신규투자 유치 등 다양한 플랜B가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알리바바가 11번가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박성하 사장은 11번가 지분 매각을 계속 검토하는 동시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11번가와 달리 티맵모빌리티는 2025년 상장 예정인 만큼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올해 9월4일 내비게이션과 대중교통 애플리케이션을 하나로 합친 개인맞춤형 모빌리티 플랫폼 ‘올뉴티맵’을 출시한다고 발표하며 2024년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전영업이익(EBITDA)의 흑자전환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가입자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만약 티맵모빌리티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한다면 2025년 기업공개(IPO)는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신용평가는 “SK스퀘어는 실적 저하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축적된 자본력에 힘입어 우수한 재구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SK스퀘어가 티맵모빌리티 외에도 다른 자회사인 원스토어, 콘텐츠웨이브 상장을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구주매출을 통해 재투자여력이 확대되고 외부자금조달 규모도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