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일의 탈중국 동맹이 강화되는 국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는 영향이 다소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과 미국, 일본이 최근 정상회의를 진행해 협력관계의 초점을 북한 대응에서 중국 억제전략으로 맞추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디커플링(탈동조화)라는 찬바람이 불게 됐다.
중국에 반도체 생산체제를 구축해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난항이 예상되지만 두 기업이 느끼는 신냉전 체제에 대한 체감온도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한미일 3국이 중국에 대한 탈동조화를 강화할 경우 다양한 사업부문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연착륙할 기반을 지닌 반면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지닌 SK하이닉스에는 악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의 37%를 생산하고 있어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에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중국 공장에서는 범용제품 공정을 돌리는 동시에 국내에서는 고부가 첨단 낸드플래시 투자를 늘리는 방안으로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게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변화를 보면서 필요하면 국내외 지역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말부터 기초공사에 들어가 지난해 9월 양산체계를 갖춘 평택 P3라인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P3라인은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와 D램, 파운드리 라인이 모두 배치된 복합 공장으로 고부가 첨단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국내 반도체 생산기반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어 앞으로도 이런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삼성전자는 중국 공급망 디커플링(탈동조화) 국면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반도체사업이 최악의 부진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사업의 선전으로 적자전환을 막았던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사업부문의 시너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기반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23조7509억 원, 영업이익 1조3087억 원을 거뒀다.
반도체(DS)사업이 IT수요 부진에 따라 영업손실 8조9천억 원을 봤지만 스마트폰 사업에서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전사적으로는 영업손실을 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비교해 경제적 신냉전 시대에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반면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D램의 40%를 만들고 있고 낸드플래시의 20%를 다롄에서 제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차이를 보인다.
SK하이닉스의 다렌공장의 경우 인텔의 낸드사업부(현 솔리다임)를 인수하면서 얻게 된 곳인데 핵심기술이 국내공정과 달라 한국공장으로 이를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하이닉스의 다롄공장은 플로팅 게이트 기술(FG)을, 한국공장은 차지트랩플래시(CTF) 기술을 적용해 낸드플래시를 생산해 기술적 기반이 달라 삼성전자와 달리 국내공장으로 보완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에 추가로 제2의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고 있다는 점도 위험요소로 다가온다.
노종원 솔리다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3분기 SK하이닉스 실적발표 뒤 열린 콘퍼런스 콜에서 우시 공장을 포함해 중국 현지 공장 운영에 문제가 생기면 공장을 매각하거나 장비를 한국으로 가져오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미중 갈등 사이에서 난감한 SK하이닉스의 처지를 보여준다.
한국, 미국, 일본의 반도체 동맹 강화는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에 더욱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본 언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최근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발빠른 대응 여부가 SK하이닉스의 향후 경영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신냉전으로 불릴 만큼 국제정세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기업들은 중국 외의 지역으로 생산기반을 다변화하고 공급망을 단단하게 다지는 대책을 마련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