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이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저축성보험상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향후 저금리에 따른 보험영업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안고 있다.
동양생명은 대주주인 안방보험을 통해 해외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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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12일 “동양생명의 일시납 양로보험 매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단기적으로 사업비차손익(비차익) 호조에 기여하고 있지만 저금리에 따른 이차역마진 부담도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시납 보험은 보험을 보장받는 기간에 내야 하는 보험료 전액을 보험계약 체결 시점에 한꺼번에 납입하는 상품을 뜻한다. 이 상품은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보다 만기 이후 내주는 보험금의 규모가 더 큰 저축성보험으로 분류된다.
비차익은 수입보험료(매출)에서 실제 사업비용을 뺀 차액이다. 일시납 보험상품은 보험료를 한꺼번에 받기 때문에 이 상품을 많이 팔수록 해당 회계연도의 수입보험료 규모도 커져 비차익이 늘어나게 된다.
동양생명은 올해 들어 은행 창구를 통해 일시납 양로보험상품을 비롯한 저축성보험상품을 많이 파는 방식으로 매출을 빠르게 늘렸다.
상반기에 일시납 양로보험상품 부문에서 매출(수입보험료) 1조5천억 원을 거뒀다. 이에 힘입어 상반기에 순이익 1555억 원을 냈는데 창립 이후 최대 규모다.
그러나 일시납 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한 탓에 향후 대규모 보험영업손실을 입을 위험성도 커졌다.
저금리가 지속되면 보험계약 당시 보장한 최저보증이율보다 자산운용수익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커진다. 이 때문에 보험사에서 보험료를 운용해 얻은 수익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보험금에 미치지 못해 손실을 입는 이차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양생명은 일시납 양로보험상품의 평균 최저보증이율을 2.65%로 매겼다. 이 최저보증이율은 8월 기준인 저축성보험 공시이율 2.78%와 크게 차이나지 않아 다소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한 이후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며 “이 점을 감안하면 일시납 양로보험의 다소 높은 최저보증이율이 향후 동양생명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양생명은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자산운용수익률 하락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안방보험은 자산 기준으로 중국 5위권, 글로벌 10위권 안팎의 대형 종합보험회사다. 아시아 지역에 여러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최근 유럽에서도 보험회사들을 인수하고 있다.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도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안방보험의 세계화 전략과 기업문화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융합하겠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상반기에 일시납 양로보험상품을 판매하고 받은 보험료를 자산운용수익률 2.9% 수준에 10년 만기인 중국 회사채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에 판매한 일시납 양로보험상품에 대해서는 자산과 부채관리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동양생명이 자산운용수익률 4%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역마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낮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대비해 보험사에 대한 자본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동양생명이 일시납 양로보험상품을 대거 판매한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현 연구원은 “최저보증이율이 높은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수록 지급여력(RBC)비율이 떨어지며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기준도 강화돼 동양생명의 자본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안방보험도 동양생명을 인수한 뒤 향후 비전에 대해 시장과 소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