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의 여름, 야외 무료 댄스를 즐기는 사람들. <캐나다홍작가> |
[비즈니스포스트] 뜨거운 한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다. 통계 결과 올해 기업이 정한 한국의 평균 휴가 기간은 3.7일이다. 작년의 3.6일보다 조금 늘어났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휴가 기간을 길게 줬다. 300인 이상 기업은 평균 4.3일, 300인 미만 기업은 평균 3.6일이다. 별도의 하계휴가를 정하지 않은 기업도 약 10%였다.
캐나다의 휴가 기간은 평균 3주다. 각 주마다 다르지만 대개 이렇게 긴 휴가를 보장받는다. 평균 10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 70%는 4주 이상 휴가를, 15년 근속한 노조원 3명 가운데 1명은 5주 휴가를 받는다. 신입일 때는 2주 정도다.
요즘 휴가 기간에 길게 여행을 다니는 캐나다 친구들을 보며 의아해서 휴가 기간 자료를 찾아본 결과 이런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랐다. 한국보다 길다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길 줄이야.
캐나다 이민 5년 차인데 아직도 이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이렇게 살아도...되는 거였어?!”
한국은 캐나다에 비해 휴가 기간만 짧은 게 아니다. 기본적인 노동 시간도 한참 길다. 한국도 주5일제를 시행하기는 하지만 야근이 많다. 잦은 회식 문화는 또 어떤가. 월요일 아침에 쓸 자료를 금요일 저녁에 시키는 식으로 과도하게 부려 먹으려고도 한다.
캐나다는 8시 출근 4시 퇴근인 일터가 대부분이다. 오후와 저녁, 밤은 개인의 자유시간이고 가족과의 시간이지 일의 연장인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사람들은 꼭 휴가 기간이 아니어도 학교와 직장이 끝난 오후부터 쉬고 놀고 배우고 즐기며 산다. 그 부러운 문화, 바로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 인생들이다.
소소한 행사, 화려한 축제들이 하루에도 여러 건씩 펼쳐지고,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동네 행사들을 검색해 다니는 게 익숙한 일이다. 다양한 국적,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나라답게 행사들도 다양하다. 인구 밀도 낮은 나라답게 사람들이 너무 복작대지도 않는다.
▲ 연날리기 행사장, 소소한 무료 행사들이 하루에도 여러 곳에서 열린다 <캐나다홍작가> |
평균 겨우 3.7일의 휴가를 가는 한국인에게 휴가의 의미는 무엇일까? 당신에게 휴가는 어떤 의미인가?
한국에서 심한 워커홀릭이었고 서른 중반부터 겨우 휴일과 휴가를 만든 나에게 휴가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지친 정신을 쉬다 오는 기간’이었다.
며칠 휴가를 다녀오고 나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입시 강사로 강의할 때 에너지가 더 넘쳤다. 창의력과 논리성이 더 발현됐다. 주변에 내가 깨달은 휴가의 이런 중요성을 말하고 다녔다.
“휴가를 며칠 다녀오니까 일이 더 잘 되는 것 같아. 휴가는 필수야!”
그렇다. 휴가까지도 일을 더 잘 해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을 먼저 했었다. 온통 일, 일, 일, 일이 익숙했지 쉰다는 것은 일상에는 없는 드물고 특별한 이벤트에 불과했다. 이러는 나를 직장에서는 언제나 추켜세웠다.
자신을 갈아 넣어 열심히 일하고 그러다 미치지는 않게 3.7일쯤 쉬고 와서 다시 열심히 갈아 넣어야 칭찬받는 한국의 일 문화다. 평소 얼마나 지쳤으면 휴가 기간에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계속 자고 싶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워라벨이 어려운 나라 한국의 씁쓸한 현실이다.
쉬지 말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라는 강연과 책이 항상 베스트셀러인 사회, 자기를 더 채찍질하라는 말에 안 그래도 일에 지쳐 피곤한 사람들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를 더 갈아넣을 다짐을 하는 사회, 한국은 피곤함이 권장되고 피곤함이 익숙한 사회다.
나는 미세먼지를 피해서 이민을 오느라 마흔 살에 억지로 조기은퇴를 했는데 처음 일 년 간은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 느낌, 허무감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쉬는 것이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일만 많이 하며 산 사람들은 잘 놀거나 잘 쉴 줄을 모르는 경우가 꽤 있다. 일을 해야 자기가 살아있는 것 같다고 느끼고 변변한 취미나 특기 활동도 해본 적 없고 할 의지도 없어진 이들도 많다. 그들도 나도 일과 멀어지면 분리불안증 같은 걸 겪는 듯하다.
이게 얼마나 정신없고 피곤한 삶인지는 캐나다에 와서 비교해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먹고 살려면 얼마나 해야 하는지에 대한 두 나라의 상식선은 많이 달랐다.
사십 년을 한국인답게 살다가 캐나다로 와서 꽤나 다른 삶을 보고 듣고 겪는 중이다. 느슨한데도 더 잘사는 이곳의 문화에 아직도 놀라고 부러워하고 감동하며 지낸다. 한국에서도 어서 워라벨이 일상이고 상식인 문화가 자리 잡히길 희망해 본다. 캐나다홍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