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상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장이 17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호찌민=비즈니스포스트] “베트남 시장 공략에서 핵심 전략은 ‘다양화’다.”
17일 베트남 호찌민증권거래소 맞은 편에 있는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 본사에서 만난 박원상 한국투자증권 법인장은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다양한 사업분야 진출과 신규 사업 부문의 수익성 제고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베트남 금융시장은 은행이 중심이다 보니 증권사가 영위할 수 있는 업무 범위도 한국과 비교해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한국투자증권은 미리부터 파생상품과 관련한 업무 자격을 취득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양한 분야에 발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에서 이뤄낸 성과를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은 먼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4.12%를 차지하며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베트남 커버드워런트(CW)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여기서는 한국투자증권이 1등이다. 커버드워런트 상장 종목 수도 가장 많고 거래금액 규모도 가장 크다. 커버드워런트는 주식 등 특정 기초자산에 관한 매수 또는 매도 권리를 갖는 금융상품으로 한국의 주식워런트증권(ELW)과 유사하다.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은 상장지수펀드(ETF)의 AP(지정참가회사)·LP(유동성공급자) 업무도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이 맡고 있다.
박 법인장은 “CW 같은 경우는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시장에 진입한 것”이라며 “2022년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이 발행한 CW의 시장 거래량은 1위 수준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법인장은 중장기적 목표를 묻자 ‘베트남 자본시장의 톱티어 증권사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국금융지주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박 법인장은 플랫폼 경쟁력 강화와 인재 육성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은 현재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올해 말이면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디지털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젊은 층들이 스마트폰 등 IT 기기와 문화에 친숙한 점에 비춰볼 때 한국투자증권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박 법인장은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은 해마다 역량이 뛰어난 직원들을 한국 본사로 연수를 보내는 등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당장 5월에도 한국 무주에서 열리는 본사 행사에 직원 16명을 보낸다.
박 법인장은 인재 육성과 함께 현지 직원들을 한국투자증권 직원으로 오래 일하게 만드는 데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기업문화에서 특히 ‘사람’을 강조하는데 베트남에서는 이런 기업문화를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다. 베트남은 한국과 비교해 노동시장이 유연하고 직원들의 이직률도 높기 때문이다.
박 법인장은 2017년 베트남법인으로 온 뒤 가장 뿌듯한 경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직원들의 퇴직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퇴직율은 2017년 43%에서 2022년 11%로 줄었다.
박 법인장은 베트남에서 일하는 금융사 주재원들 가운데 베트남에 머문 기간이 긴 편이다.
‘베트남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다면 박 법인장에게 물어보라’고 말하는 주재원이 있을 정도인데 정작 박 법인장은 인터뷰 내내 베트남이나 베트남 시장, 현지 직원에 관해 물으면 ‘이렇다’고 딱 잘라 말하는 법이 없었다.
베트남에서 오래 머물며 다양한 일을 겪었던 만큼 오히려 누구보다 신중하고 진지하게 베트남을, 그리고 베트남 시장을 바라보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