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카메라 모듈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애플 등 고객사의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LG이노텍이 주요 경쟁사의 애플 공급망 이탈로 카메라모듈 사업을 확대할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은 주력 제품 카메라모듈을 고도화해 애플 아이폰 뿐 아니라 확장현실 기기, 자율주행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22일 테크제니즈(techgenyz) 등 IT전문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LG이노텍의 주요 경쟁사 가운데 하나인 샤프가 2024년 출시될 애플의 아이폰16 카메라모듈 공급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테크제니즈는 “애플의 아이폰16 카메라모듈 개발과제에 샤프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에 따라 LG이노텍, 중국, 코웰, 폭스콘 등 애플의 다른 협력사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애플의 카메라모듈 공급망에 들어있는 업체로는 LG이노텍, 샤프, 폭스콘, 코웰 등 4곳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샤프의 비중은 LG이노텍에 이어 2번째로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철동 사장은 애플 카메라모듈 공급망 참여업체의 변화에 맞춰 고부가 제품군의 라인업을 늘리고 연구개발을 강화해 애플 공급망 내 입지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은 1분기 IR자료에서 “전략 고객사의 공급망에서 파트너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신기술과 고난도 모델을 독점적으로 개발해 우선적으로 납품할 수 있도록 사업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사업에서 고부가 제품군을 지속해서 확장해왔다. 그 결과 올해 9월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의 아이폰15에서 폴디드줌(잠망경) 렌즈와 손떨림방지 액추에이터 부품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폴디드줌 렌즈는 대형 이미지센서를 탑재할 수 있고 카메라가 튀어나오는 이른바 ‘카툭튀’ 현상을 줄일 수 있는 특징을 지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관심을 받아온 부품이다. 특히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아 LG이노텍의 수익성 제고에 도움을 줄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손떨림방치 액추에이터 역시 LG이노텍의 실적을 키워줄 주요 부품으로 꼽힌다. 액추에이터는 초점거리를 바꾸거나 초점을 맞추기 위해 렌즈를 움직이는 부품으로 여러 개의 렌즈를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여야 고품질의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부품으로 평가받는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9월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애플 아이폰15 시리즈에서는 폴디드줌 카메라모듈을 포함해 다수의 하드웨어 업그레이드가 예정돼 있다”며 “이에 따라 주요 부품업체인 LG이노텍의 사업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 카메라모듈 시장에서 70% 넘는 점유율을 보이며 애플 공급망에서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최근 애플의 확장현실 기기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과 관련해서는 공급망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 전문가로 유명한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중국 코웰이 애플 확장현실기기의 카메라 모듈 12개를 독점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LG이노텍이 애플의 확장현실기기에서 기존 카메라모듈보다 더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고부가 광학부품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돼 애플 안에서의 영향력 확대나 수익성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LG이노텍이 애플의 확장현실 기기 공급망에서 중요 광학부품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스마트폰과 확장현실 기기 분야에 그치지 않고 성장하는 자율주행 시장에서도 카메라모듈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자율주행용 하이브리드 렌즈를 개발해 운전자모니터링시스템(DMS) 및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기초를 마련해뒀다.
특히 지난해 개발한 하이브리드 렌즈는 렌즈 내부에 얇은 플라스틱과 유리를 교차로 두어 성능 및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자율주행용 카메라 시장은 성장성이 매우 높은 분야로 꼽힌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카메라모듈은 매년 30% 넘는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카메라모듈 수도 2020년까지는 2~3개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전기차 1대에 평균 12개의 카메라모듈이 탑재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이노텍은 렌즈 설계, 금형부터 자동초점(오토포커스), 광학식 손떨림 보정 등 초정밀 하드웨어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자율주행 시대에도 카메라모듈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철동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도 “(카메라 모듈과 같은) 광학부품사업을 비롯한 핵심 부품사업의 내재화와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데 힘쓰겠다”며 “차량용 카메라와 라이다 등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부품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