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은 2021년에 영업손실이 1조3848억 원까지 불어나며 적자전환했는데 여기에는 후판 가격 급등이 가장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올해 후판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소폭 인상에 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부터는 후판 가격이 한 차례 급등한 이후 수주했던 물량이 실적에 본격 반영된다. 2021년 이전 수주한 저가 물량은 모두 털어낸 만큼 급등한 후판 가격이 반영된 물량이 실적으로 잡히게 되는 것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집계한 4월 신조선가지수는 167.32로 3월(165.56)보다 1.76포인트 오르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똑같이 배를 만들어 팔고도 이전보다 더 많은 이익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후판 가격이 소폭 인상되더라도 조선3사 모두 이미 충당금을 많이 쌓아놓은 상태라 올해 영업흑자 전환은 무리 없이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흑자 전선에 이상이 없다 하더라도 일정 부분 이익 훼손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정기선 사장은 그동안 앞세웠던 수익성 경영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최근 성남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크누트 외르베크닐센 DNV(노르웨이 선급) 해양부문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HD한국조선해양은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고 향후 수익성 측면에서 선별 수주에 나설 위치를 확보했다”며 “단가가 높은 친환경선박 분야 수주에 주력해 관련 분야에서 지위를 확고히 다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CES 2023' 개막 하루 전인 1월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만달레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올해는 선별수주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설정했다”며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한국 조선업과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에는 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치를 지난해 목표치(195억5100만 달러)보다 낮은 157억4천만 달러로 잡았다. 수주 목표치는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올해 매출 전망치는 22조3243억 원으로 지난해 전망치(18조2687억 원)보다 높였다.
실적 성장세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담은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감 확보는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제값을 잘 받을 수 있는 일감을 찾아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이런 보수적 수주 목표치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수주 실적도 좋은 편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미포조선이 19일에도 아프리카 소재 선사와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2척에 관한 건조계약을 맺으며 1173억 원어치 일감을 추가로 더 쌓았다.
이로써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79척을 수주해 누적 수주금액이 99억7천만 달러에 이른다. 이는 수주목표인 157억4천만 달러의 63.3% 가량을 달성했다.
▲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2년 인도한 20만 입방미터(㎥)급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특히 지금까지 수주한 선종 가운데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6척,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14척 등 기존 석유연료보다 친환경성이 높은 연료로 운반하는 선박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 선박은 건조하는 데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부가가치도 높은 편이다.
현재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은 차세대 친환경선박으로 꼽히는 메탄올 추진선 발주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기선 사장이 추구하는 친환경선박과 수익성 중심의 선별수주에 적합한 여건들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HD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들의 실적 상승 본격화에 따른 개선(턴어라운드)이 기대된다"며 "특히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부터 높은 선가의 액화천연가스선의 매출인식 본격화와 수주 증가 등으로 실적 개선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안 연구원은 “자회사들의 실적 상승이 중장기적으로 유효한 만큼 HD한국조선해양의 가치는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