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4월24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워싱턴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시점과 맞춰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 일정을 잡은 배경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삼성SDI를 비롯한 한국 기업의 대규모 미국 투자 소식을 앞세우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기여할 만한 ‘선물’을 안길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는다.
백악관은 현지시각으로 24일 미디어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과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하는 정상회담 일정에 관련한 설명을 진행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한미 경제 협력이 이번 회담의 중심에 놓일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최근 약 2년 동안 미국에 1천억 달러(약 134조 원) 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반도체 파운드리공장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조지아주 전기차 생산공장, SK온의 배터리공장이 주요 예시로 제시됐다.
미국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한국 기업의 투자를 강조한 것은 이러한 성과가 바이든 대통령의 업적에 해당한다는 점을 내세우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곧 재선 도전 의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난 임기 동안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는 현지시각으로 25일에 나올 가능성이 유력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기 전날 재선 도전을 공식화하는 셈이다.
이러한 일정을 고려하면 한미 정상회담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긍정적 여론을 조성해 힘을 실어주기 위한 목적을 두고 진행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추가 투자 소식을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바이든 정부의 경제적 성과를 돋보이도록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유력하다.
삼성SDI가 미국 GM과 협력해 미국에 새 배터리공장 투자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로이터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SDI와 GM은 이른 시일에 새 합작공장 투자 방안을 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투자 규모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건설 중인 미시건주 합작공장 투자금인 26억 달러(약 3조5천억 원)을 넘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업체의 미국 투자는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거둔 가장 큰 성취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기업의 투자 규모가 상당한 데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미국 친환경 산업 및 제조업 경쟁력 육성에 중요하게 기여할 수 있는 계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신규 투자 발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업적을 다시금 환기시켜 지지율 상승에 기여하고 재선 도전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을 우호적으로 조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삼성SDI 이외에 다른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확대 계획도 추가로 전하며 한미 경제협력 강화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삼성전자는 미국에 신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에서 기존에 계획한 170억 달러 규모 투자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진 상황에 놓이고 있다.
공장 건설 비용과 인건비 등이 크게 상승한 만큼 이전과 같은 투자 금액을 유지하면 반도체 생산 규모가 예정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최대 경쟁사인 대만 TSMC가 올해 초 미국 새 반도체공장 투자 규모를 12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까지 확대한 점도 삼성전자의 비용 지출 확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 내 반도체 고객사를 두고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관계에 놓이게 되는 만큼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갖춰내는 일이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TSMC에 3나노 등 첨단 공정의 반도체 생산라인 현지 구축을 요구한 상황이라 삼성전자도 이를 받아들여 미국 공장에 미세공정 신기술 도입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 한국의 다른 배터리업체나 배터리 소재업체, 태양광 등 친환경 관련 기업의 미국 내 투자가 새로 발표될 가능성도 힘을 얻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와 전기차 지원 정책이 한국에 충분한 수혜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대상 기업에 기밀정보와 초과이익 공유를 요구하고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만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면 이러한 지원 정책에서 한국 기업들의 수혜폭을 늘리는 쪽으로 긍정적인 협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현지시각으로 26일 진행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