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4-21 12: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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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가 윤석열 대통령 미국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서 동참한다. 서로 닮은 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공통 분모는 우주다.
보령은 김 대표가 수장에 오른 이후 우주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협력을 진행하면서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우주산업을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방미를 계기로 기업과 정부의 ‘우주 시너지’가 발생할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 사장이 우주산업 분야 개척자로서 윤석열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가한다.
2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가 이번 경제사절단 참가자로 선정된 데는 제약산업보다는 우주항공 분야에서의 역할에 무게가 실렸다.
보령은 제약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우주산업에 뛰어든 독특한 포지션을 갖고 있다. 이 도전은 김 대표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달에서 겔포스를 먹으면 속쓰림이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우주 진출에 나섰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보령의 우주사업은 두 갈래로 나뉜다. 미국 상업용 우주정거장 구축을 담당하는 우주개발기업 액시엄스페이스와의 협력, 우주와 관련한 헬스케어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케어인스페이스(CIS) 프로젝트 등이다.
김 대표는 이번 미국 방문에서 액시엄스페이스와 연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보령은 앞서 액시엄스페이스에 약 800억 원을 투자해 2%대 지분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우주산업 진출에 속도를 내는 액시엄스페이스와 보다 긴밀한 논의를 주고받을 여견이 마련된 셈이다.
2030년 무렵이 되면 기존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완전히 퇴역하고 액시엄스페이스를 비롯한 민간기업들이 빈자리를 메우게 된다. 아직 먼 얘기 같지만 막상 따져보면 얼마 남지 않은 일이다. 액시엄스페이스는 2025년 첫 번째 상업용 우주정거장 모듈을 발사한다.
이를 앞두고 액시엄스페이스는 국제적인 사업화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17일 발표한 신규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각국이 액시엄스페이스의 우주 인프라를 기반으로 미세중력 환경에서의 경제적·과학적 가치를 탐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미세중력 환경은 차세대 신물질 개발, 지구에서는 불가능한 첨단 제품 생산 등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여러 글로벌 기업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다양한 연구결과를 창출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국제우주정거장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려워 미세중력을 활용할 방안을 탐구하는 일이 제한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 보령이 액시엄스페이스와 세울 국내 합작법인이 향후 구축될 상업용 우주정거장과 국내 기업의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합작법인은 액시엄스페이스의 우주 인프라 및 우주 개발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액시엄스페이스가 한국 기업 및 정부와 추진하는 모든 사업이 합작법인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보령이 향후 한국 우주산업 성장의 핵심으로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2월 열린 우주경제 개척자 간담회에서 우주탐사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과 김 대표의 교감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 대통령은 우주산업을 향후 한국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기둥으로 보고 있다.
그는 2022년 11월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며 “앞으로 우주에 대한 비전이 있는 나라가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대응하는 우주항공청 설립, 2032년 달 착륙 및 2045년 화성 착륙 등을 뼈대로 하는 ‘우주경제 로드맵’ 등의 정책을 내놨다.
이런 우주개발 과정에서는 민간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110대 국정과제 중 ‘우주강국 도약 및 대한민국 우주시대 개막’ 항목을 보면 “미래 우주분야 핵심 경쟁력 확보, 민간 중심 우주산업 활성화를 통해 사회 및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우주개발 추진”을 목표로 세웠다.
윤 대통령의 우주산업 육성 의지는 이번 방미 일정에도 반영됐다. 윤 대통령은 미국에서 NASA 등 우주 전문기관을 방문해 전문가들과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 대표가 동반할 가능성이 낮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령 관계자는 “김 대표의 미국 동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조율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세계적인 우주 진출 추세를 ‘우주를 향한 대항해시대’로 규정한 바 있다. 앞서 1400년대 대항해시대를 주도한 국가들이 열강으로 우뚝 선 사례를 들어, 지금 우주개발에 투자하지 않으면 향후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이미 자신의 시각을 정부와 공유하기도 했다. 2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우주경제 개척자 간담회에 참석해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이 이끌어 나가는 우주개척 시대에서 지금부터라도 차별화된 전략을 가지고 우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40년 뒤 우리 후손의 미래는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보령은 향후 우주정거장 내 한국만의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