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3-17 15: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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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부정적 여론을 무릅쓰고 일본에 강제징용 해법이라는 ‘선물’을 들고 갔는데 일본은 새로운 요구로 응답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로부터 위안부 합의 이행요구를 받았다고 알려지면서 위안부 합의가 정치권의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16일 도쿄의 한 스키야키·샤부샤부 전문점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실질적 소득이 없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은데 윤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 이행에 나서게 되면 정치적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비판하면서 “윤 대통령이 말하는 미래가 강제징용 굴욕을 넘어 위안부 문제까지도 면죄부를 주는 것인지 명백하게 밝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전날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위안부 합의이행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기하라 세이지 일본 관방부장관도 정상회담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언급한 독도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일축했으나 위안부 문제가 논의됐는지 여부에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위안부 문제에 관해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전부 공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외무상으로 협상 과정을 주도했다. 위안부 합의가 기시다 총리의 성과였던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 이행 문제를 거론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더욱이 외교부 당국자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위안부 합의는 유효한 합의며 향후 이행하는 수순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면서 기시다 총리의 위안부 합의 이행 요구가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날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위안부 소녀상 문제를 언급했다고 밝혔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소녀상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들어갔기 때문에 소녀상 문제 언급 역시 위안부 합의 이행과 궤를 같이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윤석열정부가 위안부 합의 이행 절차를 밟는다면 재단 잔여기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일본은 2015년 12월 박근혜정부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을 합의하고 ‘화해·치유 재단’에 10억 엔(약 100억 원)을 출연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출연금으로 피해자와 그 유족에게 치유금 지급 사업을 진행했다. 합의 시점 기준으로 생존 피해자 47명 가운데 34명, 사망 피해자 199명 중 58명에게 총 44억 원이 지급된 뒤 약 56억 원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7월 위안부합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당시 합의가 피해자 입장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평가한 뒤 2018년 11월 위안부합의에 의해 설치됐던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을 내렸다.
다만 문재인정부도 2015년 위안부 합의가 한일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고려해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문재인정부는 재단을 해산하고 일본 출연금 10억 엔을 정부예산으로 대체함으로써 위안부 합의는 사실상 사문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