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허철호 KGC인삼공사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허 사장은 특히 중국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성과를 내게 되면 최근 KT&G를 타겟으로 공세를 펴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의 '전문성 없는 대표이사'라는 비난을 잠재울 수도 있다.
▲ 허철호 KGC인삼공사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중국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끌어내는 등 해외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의 압박을 받고 있는 모기업 KT&G의 '방패'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
2일 재계에서는 허 사장이 KGC인삼공사 중국사업에 승부수를 던짐으로써 행동주의 펀드 FCP의 타깃이 된 모기업 KT&G의 대응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다.
FCP는 지난해 10월부터 KT&G에게 주주제안을 통해 △KGC인삼공사 분리상장 △HNB(궐련형 전자담배) 해외사업의 독자적 추진 △현금배당 강화 및 자사주 매입·소각 △ESG경영 강화 △독립적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KT&G는 올해 1월 HNB 해외사업 파트너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날(PMI)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KT&G와 KGC인삼공사의 분리상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투자은행업계에서는 KT&G가 사실상 FCP의 주주제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바라본다.
FCP는 다른 펀드인 아그네스, 판도라셀렉트파트너스, 화이트박스멀티스트레티지파트너스 등과 연대해 KT&G 정기주주총회에 자신들의 의안을 상정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지난달 17일 법원에 제기하며 법적다툼에 들어갔다.
허 사장 본인도 FCP의 KGC인삼공사 분리상장 공세의 타깃이기도 하다.
FCP는 홍삼을 앞세운 건강기능식품 기업인 KGC인삼공사와 담배회사인 KT&G 사이 사업 연관성이 부족한 게 KGC인삼공사 저평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KGC인삼공사를 KT&G로부터 인적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인삼과 담배 산업은 소비자 성향, 유통채널, 마케팅 방식 등이 다른 사업으로 KT&G 아래에서는 KGC인삼공사에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FCP는 그 사례로 기존 KT&G 임원이었던 허 사장을 지목했다.
또한 KGC인삼공사가 분리상장 된다면 전문성 있는 경영인을 통해 2026년까지 세전영업이익(EVITDA)을 2021년보다 4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FCP의 주장과 달리 허 사장은 다양한 경험을 갖추고 있으며 KGC인삼공사에서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 사장은 1996년 KT&G에 입사해 KGC인삼공사의 중국사업실장, 대회협력실장을 지냈다. 이후 KT&G 홍보실장, 대구본부장, 남서울본부장을 거치는 등 인삼과 담배, 해외와 국내 시장을 두루 섭렵한 이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허 사장은 지난해 3월 KGC인삼공사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중국,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 국가 위주로 해외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에 힘입어 2022년 별도기준 KGC인삼공사의 해외 수출금액은 2017억 원으로 2021년보다 8.0% 늘었다.
또한 최근에는 허 사장 본인이 중국 전문가답게 중국사업 강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1일 중국 최대의 일반의약품(OTC)기업 화륜삼구와 업무협약을 맺고 홍삼 브랜드 정관장의 중국 전용제품 출시와 중국 유통망 확대 계획을 내놨다.
화륜삼구의 유통채널을 통해 정관장의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 수를 기존 1만 개에서 10만 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한 화륜삼구와 향후 싱가폴, 태국, 말레이시아 시장에도 함께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협약은 허 사장이 지난달 16일부터 9박 10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의 지린, 상하이, 선전을 방문해 화륜삼구, 복성그룹, 동관국약, 동아아교 등 현지 기업의 총수를 비롯해 중국 고위 관료와 만남을 가지며 일궈낸 성과다.
건강기능식품업계에서는 허 사장이 추진하는 중국사업 확대가 성공한다면 '전문성 없는 KT&G 담배 영업본부장 출신 대표이사'라는 FCP의 주장은 힘을 잃을 것으로 바라본다.
허 사장은 KGC인삼공사의 실적 개선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8월 KGC인삼공사는 11년만에 정관장 제품의 가격을 평균 6.6% 인상하면서 수익성 방어에도 나섰다.
또한 녹용의 중국 진출을 위한 규제 완화와 녹용 브랜드 '천녹'의 중국 제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통상 홍삼 제품의 매출 점유율이 90%에 이르는 KGC인삼공사의 매출원 다각화를 위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KGC인삼공사의 올해 전망을 밝게 바라본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 낸 보고서에서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8월 실시한 가격 인상 및 공항 이용에 따른 면세점 채널 수요 회복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