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내년 폴더블 아이패드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업기회를 넓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은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모습.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폴더블(접는) 아이패드를 내년에 출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폴더블 아이폰 출시는 아직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로서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세계 태블릿PC 시장점유율 1위인 애플에 폴더블 디스플레이 납품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초기 시장을 선점한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채택으로 저변이 넓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시장조사기관과 전자업계 전문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와 손잡고 폴더블 형태의 태블릿PC 제작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전문가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애플이 폴더블 아이패드를 2024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CS인사이트에서 내놓은 보고서와도 일치하는 전망이다.
벤 우드(Ben Wood) CCS인사이트 연구원은 “애플이 스마트폰인 아이폰에 앞서 2024년 태블릿PC인 아이패드에 폴더블 스크린을 먼저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기존 아이폰이 점유하고 있는 시장을 자기잠식하지 않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에서는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 11인치와 12.9인치 아이패드 분야에서 협력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는데 해당 제품이 폴더블 형태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애플이 폴더블 아이패드를 내놓게 되면 폴더블 기기에 대한 대중적 인식도 넓어져 삼성전자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의 저변도 확대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이 개척한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에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한 애플이 가세함으로써 시장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2022년 9월 기준으로 태블릿PC시장에서 점유율 51.5%로 1위 차지하면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폴더블 형태로 나올 경우 폼팩터 혁신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질 수 있다.
앤서니 스카셀라 IDC리서치 연구원은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경쟁사들이 폴더블 시장 진출을 서두르면서 삼성전자의 성공이 입증됐다”며 “삼성전자의 폴더블 기기가 더 합리적 가격과 안정적 제품으로 나타나면 새로운 소비자를 시장에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애플이 당분간 아이폰을 폴더블 형태로 내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로서는 선점한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애플이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폴더블 태블릿PC가 11인치 이상의 대화면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8인치 태블릿PC의 대체품으로 활용되고 있는 갤럭시폴드 시리즈의 시장을 침해할 우려도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폴더블 스마트폰을 당분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그사이 갤럭시폴드를 앞세워 폴더블폰 시장을 선점해 둘 수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폴더블폰 목표 출하량 1200만 대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1천만 대에 근접하는 출하량을 나타낸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폴더블폰 시장점유율에서도 압도적 1위(74%)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잠재적 경쟁자인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이 등장할 때까지는 긍정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성전자로서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태블릿PC 제조과정에서 원가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고부가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납품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일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태블릿PC 제조원가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35% 가량으로 파악된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경우 첨단기술이기 때문에 태블릿PC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을 공산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에 애플과 폴더블 아이패드 제조에서 협력이 본격적으로 성사되면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어 BOE와 같은 중국 디스플레이업체와 기술력뿐 아니라 브랜드 위상에서도 ‘초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더욱이 최근 애플이 독자 생산 가능성을 내비친 마이크로LED 분야와 달리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술적으로 독보적 위치에 있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이른바 ‘프레너미(frenemies)’ 관계를 이루고 있다. 프레너미는 친구를 뜻하는 프렌드(friend), 적을 의미하는 에너미(enemy)를 결합한 말로 경쟁하는 두 라이벌이 수면 아래에서는 친밀한 관계를 보이고 있을 때를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폰을 넘어 확장현실기기 등 차세대 IT기술 분야에서 끊임없이 경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편으로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등 부품에서는 가장 중요한 고객사와 협력사의 입장에 놓여 있어 앞으로 두 기업의 행보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