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투자시계가 다시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껏 풀렸던 유동성을 제어하기 위한 통화긴축 기조가 정점을 찍고 있어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과정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 2023년 들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투자시계가 다시 활기를 찾는 분위기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있었음에도 국내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에 주목했다.
실제로 대신증권은 “투자 대상을 교체해야할 시점”이라며 아시아와 중국 증시 등 이머징마켓에 대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예탁금의 가파른 증가세는 이 같은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1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51조5218억 원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금액을 기록했다. 작년 말 43조 원에서 1월 47조 원 규모로 늘어난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본의 확장성을 향한 조짐은 주식 부문에 그치지 않고 있어서 의미가 깊다.
통상 주식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시장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회사채 시장이다. 국고채 금리가 이미 기준금리를 밑돌면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금리 매력이 높은 회사채로 급선회하고 있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로 얼어붙어 한국전력 회사채 금리가 연 5% 이상으로 치솟았던 사례는 과거의 이야기로 치부되고 있을 정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중금리의 지표가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최근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40bp(1bp=0.01포인트) 가량 밑돌고 있다.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 향후 채권금리가 낮아질 여력이 높아진 것인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채권값이 올라갈 가능성에 베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이 같은 분위기는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매수 욕구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작년 1분기 한 달에 1조 원이 채 안됐던 개인의 채권 투자 규모는 4분기에는 매달 3조 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작년 개인이 순매수한 채권 규모가 20조6천억 원 수준인데 올해 들어 증권사가 개인에게 판매한 채권 규모가 5조 원을 훌쩍 넘을 만큼 분위기가 뜨겁다.
머니무브는 사모투자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의 올해 결성하는 블라인드 펀드 규모가 17조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구조조정을 틈타 덩치를 키울 수 있는 가능성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유럽 북미 중동 등 글로벌 자금이 한국 투자 비중을 늘리려는 분위기 속에 국내 PEF 유입 자금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금융투자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우호적인 기류는 투자시장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특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시장 운영시간 확대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중요 전제조건이 해소되는 것이어서 고무적인 부분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증권사가 한 차례 롤오버시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부실 위험은 올해 봄 자본시장 잠재 위협요소로 자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의 경기침체 파급에 대한 대비, 시장참여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선반영 된 부분은 기업실적 바닥 통과라는 시점과 맞물려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조태진 금융증권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