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5G(5세대)통신시장 확대와 6G통신 시대 도래 등에 따른 통신장비 시장의 본격 개화를 준비하며 네트워크 사업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에 대한 우호적 여건들이 조성되고 있는데 이 기회를 살린다면 기존 주력 사업인 반도체·모바일 부문의 업황 악화 시기를 버티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
▲ 삼성전자가 5G(5세대)통신시장 확대와 6G통신 시대 도래 등에 따른 통신장비 시장의 본격 개화를 준비하며 네트워크 사업을 보다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거시경제 상황 악화와 수요 부진 탓에 2022년 4분기 메모리반도체, 모바일과 같은 주력 사업에서 매출이 감소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거둔 반면 네트워크사업부는 매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5조38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7.7% 증가했다. 이를 놓고 삼성전자는 “국내 5G통신망 증설과 북미 등 해외시장의 사업 확대로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이동통신 사업자 디시네트워크, 일본 1위 이동통신 사업자 NTT도코모, 인도 통신사업자 릴리아언스지오, 바티에어텔 등에 통신장비를 대거 수주했는데 이 성과가 지난해 실적에 일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인도 등 해외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네트워크 사업 기회가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주요 통신장비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는 인구 14억2862만 명의 인구 대국이다. 중국(14억2567만 명)을 제치고 세계 최다 인구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인도는 많은 인구와 비교하면 통신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평가된다. 5G통신 상용화를 위해 통신장비 확충과 주파수 경매 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통신장비 공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인도는 이미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이기도 해 사업적으로 낯선 지역이 아니라는 점도 네트워크 사업 확대에 긍정적 요인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미국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코로나19 지속으로 미뤄졌던 5G통신 투자가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정학과 국제관계에 따른 중국 배제 기조로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공산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인텔과 퀄컴 등 미국 기업들의 화웨이를 향한 부품 공급을 전면 차단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대중제재 조치를 취하는 와중에서도 5G통신망과 관련 없는 기술은 수출할 수 있도록 면허를 부여해왔으나 이제 미국 기술의 수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글로 통신장비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에서 중국 화웨이가 28.7%로 선두다. 다음으로 2위 스웨덴 에릭슨(15%), 3위 핀란드 노키아(14.9%), 4위 중국 ZTE(10.5%), 5위 미국 시스코(5.6%) 순서다.
삼성전자는 3.1%로 6위였는데 지난해 해외 수주분이 반영되면 지난해 기준 점유율과 순위는 다소 올라갈 수 있다.
통신장비 시장의 선두권 기업 2곳이 중국기업인 만큼 미국의 대중제재에 따른 중국 통신장비 배제 기조는 나머지 업체들에게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대중제재와 별도로 인도 역시 중국 통신장비 도입을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과 국경 분쟁 등을 겪으며 외교 관계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로서는 통신장비 시장 확대에 따라 이익을 늘리면서 주요 시장에서 부진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계기를 동시에 맞은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5G통신을 포함한 통신장비 시장 규모는 2022년부터 연평균 3.5% 성장해 2030년 1905억 달러(약 235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도 이런 우호적 시장 환경에 발맞춰 네트워크 사업을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네트워크 사업부 아래에 신사업전략TF를 신설하고 경쟁사 에릭슨에서 영입한 헨릭 얀슨 상무를 TF장에 선임했다. 에릭슨 출신의 조미선 상무도 스카우트해 유럽 영업과 신규 사업 발굴을 맡겼다.
최근 삼성전자는 일본 이동통신사업자 KDDI와 5G통신 단독모드 상용망 환경에서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검증하는 데 성공하는 등 차세대 통신기술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은 물리적인 이동통신망을 다수의 독립된 가상 네트워크로 나누는 기술로 자율주행이나 확장현실 등의 미래산업의 필수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네트워크사업부가 주력 분야인 반도체나 모바일 사업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면 삼성전자의 사업 체질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통신장비 사업에서 2023년에도 주요 해외시장 확대에 적기 대응해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5G통신 핵심칩, 가상화 기지국(vRAN) 등의 기술 리더십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