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 의원은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선거규칙 변경과 친윤계(친윤석열)가 전당대회를 주도하는 분위기에서 당 대표에 출마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장고 끝의 불출마 결정 이후 유 전 의원 전대 결과를 주의깊게 살피면서 향후 행보를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의 정치적 미래에 관심이 모아진다. 유승민 전 의원이 1월 11일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전 의원은 3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 대표 출마에 관해) 충분히 생각했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무 의미가 없다’는 그의 말은 바꿘 경선룰로는 당 대표에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낮고 설사 자신이 대표가 된다하더라도 친윤계가 주도하는 당 내부의 흐름 속에서 당 대표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 전 의원은 당권주자로 거론되던 인물들 가운데 유일한 ‘반윤’ 인사로 평가돼왔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선거규칙까지 바꿔가며 당을 장악하려는 데 그것을 어떻게 막겠나”라며 “유 전 의원이 당 대표에 출마할 명분이 약해졌다”고 바라봤다.
유 전 의원은 SNS에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고 적은 만큼 이번 전당대회 결과와 민심 흐름을 지켜보며 정치적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당내 '비윤' 성향의 당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체제에서 입당한 신규 2030당원들이 이번 전당대회에 미칠 영향력은 유 전 의원의 정치적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만약 안철수 의원이 '비윤' 성향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친윤'의 1차 투표 과반 이상 득표를 무산시키고 결선투표에 진출해 선전한다면 당내에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알앤써치가 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 440명에게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후보들만을 대상으로 당 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안 의원은 39.8%로 김기현 의원(36.5%)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안 의원 지지도는 직전 조사보다 20%포인트나 상승했는데 불출마를 선언한 나 전 의원이나 조사대상에서 빠진 유 전 의원의 지지세가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과거 바른미래당 시절 유 전 의원과 안 의원의 관계가 불편했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안 의원이 당 대표에 오르는 상황이 유 전 의원에게도 반가운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비윤의 대표주자로 안 의원이 자리매김하고 안 의원과 구원이 있는 유 전 의원의 활동공간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김기현 의원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어 당선된다면 그의 당내 입지는 확실하게 좁아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유 전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주류인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들과 극심한 갈등을 겪어온 만큼 2024년 총선 공천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유 전 의원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당 대표가 된다면 ‘윤핵관’들을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불출마 선언에서도 “폭정을 막고 민주공화정을 지키는 소명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윤석열정부를 비롯한 당내 친윤계를 향해 비판적 태도를 고수했다.
유 전 의원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할 수 없고 차기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친윤계의 입김으로 당 대표에서 쫓겨나다시피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연대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가 힘을 합쳐 신당을 창당하면 중도보수 성향을 가진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심’ 1위를 달리며 당권을 거머쥘 유력 후보로 평가됐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28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초청강연에서 “2024년 국회의원 선거 전 공천에서 칼질 당한 사람들이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과 보수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며 “그 보수 신당이 지금의 국민의힘을 제치고 보수당의 1당이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유 전 의원은 이날 SNS에서 “오직 민심만 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겠다”며 “우리 정치의 변화와 혁신을 원하는 시민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