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사실상 불허하자 KT와 LG유플러스는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KT 관계자는 5일 “내부적으로 ‘조건부 승인’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는데 막상 공정위가 불허결정을 내려 다들 얼떨떨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 입장을 내는 것은 이르다”면서도 “(합병 불허는) 당연한 결정”이라며 반겼다.

LG유플러스 관계자도 “우리는 이번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초지일관 불허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며 공정위 결정을 적극 환영했다.

두 회사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국내 방송통신시장의 독과점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합병 반대를 줄곧 주장해 왔다.

KT의 경우 CJ헬로비전 주식을 취득한 직원이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주총결의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1월 취임 후 한 인터뷰에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유료방송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면 이용요금이 대폭 인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으로 이동통신사들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방송통신업계 관계자들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으로 당분간은 이동통신사가 케이블방송 사업자를 넘볼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이동통신사들은 각자 보유한 IPTV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다른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KT는 IPTV 서비스 ‘올레tv'를 운영하고 있고 LG유플러스는 기존 IPTV서비스와 더불어 지난해 6월 새롭게 선보인 ’LTE비디오포털‘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 모두 인터넷 기반의 IP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서비스 품질 개선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케이블방송 사업이 저성장 침체기에 접어들어 관련 사업자들이 탈출구를 찾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이를 끝까지 모른 체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방송 전문가들은 특히 유료방송 수신료 매출에서 IPTV가 지난해 케이블방송을 처음 넘어선 것이 의미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IPTV의 수신료 매출은 전년보다 25% 증가한 1조5018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유료방송 전체 수신료 매출(2조7885억 원)의 54%에 해당한다. 이 기간 케이블방송의 수신료 매출은 3.7% 감소해 9405억 원에 머물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이나 유료방송 모두 가입자 수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이동통신 3사는 케이블방송 쪽에서 쏟아져 나오는 M&A 매물에 앞으로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며 “시간이 좀 지나면 이번과 같은 움직임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