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진이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1월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사전 부스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23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이 다양한 업종과 융복합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기업인이라면 당연히 참석해야 할 전시회다. 그렇다면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어떨까?
5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일정을 보면
홍준표 대구시장,
강기정 광주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등이 CES 참석을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라있다.
광역단체장 뿐만 아니라 이강덕 포항시장, 이민근 안산시장, 정명근 화성시장, 임병택 시흥시장, 이상일 용인시장 등 기초단체장들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자체장들의 CES 참가가 처음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1년엔 온라인으로 개최됐지만 2020년에도
박원순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이 미국을 방문했다.
지역의 미래먹거리를 마련해야 할 지자체장과 공무원들도 미래 기술 변화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자체도 기업들의 혁신 현장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지역산업 육성방안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지역홍보관 운영 등을 통해 지역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면서 판로를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해외 유수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지자체장들의 해외 일정을 놓고 외유성 출장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른바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항공과 호텔, 식사 등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인천에서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왕복 항공권 가격만 300만 원대 중반이다. 이러한 비용을 모두 더하면 1인당 들어가는 경비는 500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지자체장과 수행원들이 움직이는 데는 모두 세금이 들어간다. 확실한 목표나 준비 없이 우르르 몰려가는 것은 세금 낭비일 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았고 복합 경제위기 속에 국민이 신음하고 있는 때에 지자체장들이 해외로 나가기보다 한 번이라도 더 지역의 어려운 현장을 찾아가며 주민들을 살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기술이나 경영이 앞선 지역을 실제로 찾아가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것은 지자체장으로서 중요한 도정 및 시정활동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요즘같이 정보통신이 발달하고 디지털로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기업인도 아니고 정치인이 굳이 현장까지 찾아가야 하느냐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선 국민 세금으로 '개인 치적 만들기' 위한 행보가 아닌가 의구심을 보내기도 한다.
지자체장들의 일정표를 보면 나름 빡빡하게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 돌아올 때 지역주민들에게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성과를 들고 올지는 미지수다. 과거 지자체장들이 CES 방문을 통해 어떤 성과를 들고 왔는지 돌이켜본다면 더욱 걱정스럽다.
결국 이들의 행보가 공무인지 외유인지 평가는 자신들이 하기에 달렸다. 투명한 예산집행과 견학에 대한 철저한 내용 공개 및 결과 보고, 성과 공고 등이 반드시 뒤따라야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