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CATL 등 업체가 성장에 한계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쓰촨에 위치한 CATL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에서 지배력을 더욱 키우며 한국 배터리 3사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부터 미국과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엇갈리기 시작하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에 본격적으로 성장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업체의 성장세가 올해부터 한계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중국 정부가 친환경차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중단하면서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해 온 CATL과 BYD 등 현지업체에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2년 들어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세계 전기차시장 성장 가속화와 정부 지원에 힘입어 물량 공세를 강화하며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11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CATL의 사용량 점유율은 37.1%로 1위를 기록했다. BYD가 13.6%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CATL의 점유율은 4.9%포인트, BYD 점유율은 4.8%포인트 상승하며 한국 배터리 3사를 비롯한 경쟁사를 크게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해당 보고서를 두고 “중국 친환경차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상위 기업 2곳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절반에 가깝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CATL과 BYD는 모두 대부분의 공급 실적을 중국 내수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중국 친환경차시장의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자연히 현지 기업들에 유리한 사업 환경이 펼쳐진 셈이다.
컨설팅업체 우드맥켄지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CATL이 전 세계 배터리 공급망에서 주도권을 쥔 데다 생산 능력과 기술력에서 모두 우위에 놓여 있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CATL의 전기차 배터리가 주행거리 등 기술 측면에서 인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주요 고객사들에 선택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니켈과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주요 소재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폴크스바겐과 볼보 등 기업이 중국산 배터리 채용을 늘리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CATL은 배터리 소재 주요 생산국인 중국 기업들과 원활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수요를 보장하는 만큼 배터리 소재 단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그러나 2023년부터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업체의 성장세는 다소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전기차시장의 성장세가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제공하던 보조금 지급을 새해부터 중단했다. 중국 승용차협회는 이에 따라 2023년 친환경차 판매량 증가율이 30% 안팎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2022년 연간 성장률이 100%를 웃돈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낮아지는 수치다.
▲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공장 내부. |
반면 미국 정부는 2023년부터 전기차 1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시작하며 기존에 업체별로 제공되던 보조금 상한제도 폐지하는 등 공격적 지원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공장을 보유한 자동차기업들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돼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미국의 전기차 지원 정책이 엇갈리면서 세계 자동차산업의 무게중심도 미국에 쏠리고 있는 셈이다.
자연히 올해는 미국 자동차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중국 경쟁사보다 큰 이점을 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이외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면 CATL과 BYD의 점유율은 자연히 떨어질 것”이라며 “다만 다소 시간이 필요할 수는 있다”고 바라봤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는 모두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일부 공장은 이미 가동을 시작했지만 본격적 생산이 시작되는 시기는 1~2년 뒤로 예상된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이를 통해 미국 내 고객사에 공급 능력을 확대한다면 자연히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안정적 수요 기반을 확보해 미국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정책에 따른 수혜폭을 키울 수 있다.
미국 전기차시장의 성장세가 중국을 웃돌면서 한국 배터리 3사가 중국 경쟁사의 점유율을 따라잡을 기회도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CATL이 유럽과 북미 등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CATL은 최근 독일 배터리공장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헝가리에도 대규모 공장 투자를 시작했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중국 이외 고객사에 공급을 주요 목표로 두고 있는 만큼 한국 배터리 3사와 직접 경쟁하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만 중국 배터리업체가 미국에 직접 진출하기는 어느 정도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배터리 3사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