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해마다 금융권에서는 범금융 신년인사회가 열립니다.
이 행사는 이름 그대로 새해 인사를 주고받기 위해 만들어진 행사인데요, 사실 경제·금융당국 수장부터 주요 금융지주 회장, 금융사 대표, 금융 유관기관 대표 등 금융권 관계자가 총출동한다는 점이 이 행사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3일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불참하면서 그 이유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
금융권 주요 인사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자주 있지는 않잖아요.
바로 그 범금융 신년인사회가 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무려 3년 만에 열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열린 것은 2020년이었고 2021년과 2022년은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열리는 행사다 보니 참석자도 많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했습니다. TV나 사진으로만 접했던 인사들도 실물로 직접 볼 수 있었죠.
그런데 당연히 참석할 거라고 예상했던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제부총리까지 참석하는 범금융 신년인사회의 권위나 규모에 비춰볼 때 5대 금융지주 회장의 참석은 으레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올해는 무려 2곳 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죠.
가장 최근인 2019년과 2020년에만 해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부쩍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리더십의 투명성 등을 강조하는 흐름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모두 기존 회장의 임기가 올해 3월까지로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얘기가 나올 때마다 꾸준히 주목을 받았죠.
일단 신한금융지주는 세대교체가 결정되었습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열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조용병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고 진옥동 내정자가 다음 회장 최종후보로 내정됐죠.
기존에 조 회장이 재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워낙 강했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열렸던 날 조 회장이 연임에 의지도 보였던 만큼 세대교체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보는 의견이 금융권에서 나왔습니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도 일각에서 나왔죠.
신한금융그룹은 이날 조 회장이 다른 일정이 있어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손태승 회장이 아직 연임 여부와 관련해 이렇다 할 태도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실상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금융권은 바라봅니다.
손 회장은 대규모 환매 중단을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는데요,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사태 관련해서 최고경영자의 책임 있는 자세를 한결같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2월
조용병 회장의 용퇴를 두고 ‘존경스럽다’고 한 것을 두고도 사실상 손 회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죠.
손 회장은 이날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주인공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많은 기자들이 그의 이름을 언급했거든요.
신년인사회가 끝나고 많은 기자들이 이복현 원장을 둘러싸고 그에게 손 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물었습니다.
이 원장은 신년인사회에서 언급할 내용이 아니라며 대답을 피했습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