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3-01-03 16: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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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통신망 장애는 재해’라고 말한 당일에 부산·경남 일부 지역에서 KT 유선인터넷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잇따른 통신 및 인터넷 먹통 사태로 기간통신사의 ‘안전 책임’이 중요해진 상황인 만큼 이번 사태는 구 사장에게 뼈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신망 장애가 구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에게 명분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2일 ‘통신망 장애는 재해’라고 강조하기가 무섭게 부산·경남 일부 지역에서 KT 유선인터넷이 일시 정지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KT는 부산·울산·경남 일부 지역에서 2일 오후 2시30분경 유선인터넷 접속 지연으로 20분 정도 서비스가 중단됐던 것과 관련해 3일 고객들에게 사과하면서 "DNS(도메인 네임 시스템) 트래픽이 급증했던 탓"이라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보상과 관련해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20분 정도 서비스가 중단됐던 것은 금전적 보상 대상은 아니다”며 “법적으로 2시간 넘게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때만 고객들에게 보상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KT의 이번 유선인터넷 먹통 사태는 공교롭게도 구현모 사장의 신년사 발표 직후 발생했다. 특히 구 사장은 신년사에서 ‘안전과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KT는 이런 방침을 몇 시간도 지키지 못한 셈이다.
구 사장은 2일 오전 서울 송파 사옥에서 열린 신년식에서 “통신망 장애는 장애가 아니라 ‘재해’로 여겨진다”며 “KT그룹이 운영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미디어운용센터, BC카드와 케이뱅크는 모두 국민들의 삶에 밀접한 시설과 사업인 만큼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안전과 안정’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 사장이 이처럼 안정과 안정을 중요하게 강조한 것은 통신 안정성 문제가 오랫동안 KT를 괴롭혀왔기 때문이다.
KT는 2022년 1월 서울, 부산, 대구, 경북 등 일부 지역에서 KT의 인터넷TV(IPTV) 서비스 올레TV내 채널 304개 가운데 205개의 송출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장애시간이 1시간이 넘지 않아 따로 보상이 있지는 않았지만 올레TV 이용자 920만여 명 가운데 약 50만 명이 피해를 봤다.
또 2021년 10월 전국에서 유무선인터넷 접속 장애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초기 통신망 장애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사고로 KT가 피해를 받은 개인고객과 소상공인에게 보상한 금액은 350억~4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구 사장이 취임한 뒤 2년 동안 KT 영업이익은 44.1% 증가했고 구 사장의 대표 재임기간 KT 주가는 70% 이상 상승했다. KT의 신성장동력인 미디어 사업도 순조롭게 성장하면서 성과로만 보면 구 사장의 경영능력은 확실히 입증됐다. 이 때문에 KT 노조도 구 사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실적과 별개로 계속 발생하는 통신 장애 사태는 구 사장의 책임론으로 번질 수 있다. KT는 기간통신사로 실적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통신망을 제공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KT의 불안정한 통신망 관리를 구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명분 가운데 하나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KT 최대주주(지분율 10.3%)인 국민연금은 KT가 구 사장을 최종 대표이사 후보로 낙점한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하며 올해 3월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구 사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예고했다.
구 사장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임을 강행하면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됐다.
구 사장은 2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함께 연 ‘2023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중견기업 대표, 경제단체, 중·소상공인 및 관련 단체장 500여 명이 참석했고 특히 현직 대통령이 7년 만에 참석한 자리임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이 자리에는 구 사장뿐만 아니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불참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 기관이 연임에 부정적 인식을 내비친 상황에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KT 대표가 신년 인사회에 항상 참석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