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웨어러블기기의 보급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활용성을 크게 느끼지 못해 시장 개화가 늦어지면서 일부 업체들만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기기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선점에 주력하고 있는데 제품경쟁력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해 활용성도 증명해야 한다.
◆ 웨어러블 성장 가능성에 의문
3일 외신을 종합하면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기기의 성장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이 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웨어러블기기의 보급이 늘고 기능이 강화했지만 실제로 사용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졌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며 “일상생활에 녹아들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포브스가 종합한 시장조사결과에 따르면 웨어러블기기 구매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몇 달 안에 사용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어러블기기는 걸음수 측정과 스마트폰 알림 등 기본기능을 넘어 사용자의 심박수와 체온, 체지방과 활동량 등을 측정해 분석해줄 정도로 몇년 만에 크게 발전했다.
시장조사기관 CCS인사이트는 웨어러블기기 시장이 2020년까지 34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올해의 2.5배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웨어러블 제품을 구매해 실제로 오랜 기간 동안 착용하는 실사용자의 비중은 높지 않다는 상반된 조사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포브스는 이런 문제가 생긴 가장 큰 원인으로 웨어러블기기의 기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예를 들어 웨어러블기기와 연동되는 건강관리 앱의 경우 사용자의 운동량을 측정해 칼로리 소비량을 분석하지만 사용자가 이를 실제로 확인하고 직접 건강관리계획을 짜야 하는 단점이 있다.
포브스는 “웨어러블기기가 측정하는 정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전문가의 분석 또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자에게 실제로 건강 관련 조언을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웨어러블기기에 직접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사용하는 스마트워치 등 고가 웨어러블제품의 경우 전용 앱을 통해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
애플은 출시 전부터 전용 앱 확보에 주력한 애플의 스마트워치 ‘애플워치’의 경우 사용자 만족도가 9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애플워치는 아이폰과 연동해 쇼핑과 뉴스 확인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또 사물인터넷 기기를 애플워치에서 조작할 수 있는 등 스마트폰 외 기기와 연계해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
|
|
|
▲ 핏비트가 내놓은 스마트워치 '블레이즈'. |
애플과 같이 웨어러블기기의 활용 가능성을 꾸준히 증명하지 못하는 업체는 사용자가 기기를 구매할 이유를 설득하기 어려워 수년 안에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7년부터 제품을 출시해 웨어러블시장을 선점한 스마트밴드 전문업체 핏비트의 경우 수년 만에 대형 전자업체로 급성장했지만 점차 경쟁업체에 밀려 성장이 둔화하며 실적에 타격을 받고 있다.
핏비트는 최근 스마트밴드가 아닌 최초의 스마트워치 신제품 ‘블레이즈’를 내놓으며 전략을 선회하고 있지만 충분한 앱 확보에 실패하며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핏비트의 고가 스마트워치는 저가 기기와 비교해 뚜렷한 장점을 주지 못한다”며 “웨어러블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려는 전략에서 점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봤다.
◆ 삼성전자의 대응방법은?
삼성전자도 웨어러블기기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핏비트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3년 첫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를 출시하며 웨어러블시장에 진출했다. 기어는 자체 카메라를 탑재하고 음성인식기능과 통화, 문자 발신기능을 지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밴드 신제품 ‘기어핏2’와 이어폰 형태의 웨어러블기기 ‘기어아이콘X’, 액세서리 형태의 ‘참’을 잇따라 내놓으며 웨어러블기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스마트워치 신제품 ’기어S3’도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수년째 웨어러블기기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고전하며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세계 웨어러블시장에서 출하량 점유율 5위에 머물렀다.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5.8%에서 3.6%로 오히려 줄었다.
디자인과 기능을 크게 강화한 ‘기어S2’ 등 웨어러블기기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했지만 1위 핏비트, 2위 샤오미는 물론이고 고가 제품만을 판매하는 애플에도 점유율이 밀린 것이다.
삼성전자가 웨어러블기기시장의 확대에 고전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약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웨어러블기기에 자체개발한 운영체제 ‘타이젠’을 탑재하고 있는데 아직 충분한 개발자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삼성전자 웨어러블기기 구매자들은 고가 제품을 구매한 만큼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통한 기능 강화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기어S2의 앱은 아직 구글의 스마트워치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웨어’나 애플워치와 비교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
|
|
▲ 삼성전자의 웨어러블기기 '기어핏2'와 '기어아이콘X'. |
경제전문지 포천은 “기어S2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췄지만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며 “훌륭한 디자인에 비해 소프트웨어 활용성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기기를 손목에 착용하는 것 외에 귀에 꽂는 이어폰이나 열쇠고리 또는 목걸이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다변화하며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무선이어폰 형태의 기어아이콘X는 손목에 착용하는 제품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활동량과 심박수 등을 측정하고 스마트폰과 연동한다. ‘참’의 경우 손톱만한 칩 형태로 어디에나 부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기기를 내놓더라도 측정한 정보를 분석해주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소비자에게 값비싼 액세서리로 인식되는 데 그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웨어러블기기의 보급이 성장세인 것은 확실한 만큼 삼성전자도 선발주자로 나선 성과를 확실히 누려야 한다”며 “제품 라인업 확대에만 주력하기보다 연동되는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강화해 활용성을 증명해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