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 반도체 수율이 20%에 미치지 못 한다는 대만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내부.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에서 상반기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3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 반도체의 생산 수율이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대만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해당 매체가 이런 정보에 관련한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거나 네이버로 표기하는 등 부정확한 정보를 인용해 보도하는 점을 볼 때 이는 대만 TSMC의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22일 대만 공상시보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TSMC의 시장 점유율을 추격하기 위한 무기로 앞세우고 있는 3나노 파운드리 반도체의 수율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상시보는 “삼성전자는 7월에 처음으로 3나노 반도체 대량 생산을 시작했지만 수율은 20% 이하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공상시보는 삼성전자의 3나노 미세공정 수율을 파악한 경로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시점도 6월이 아닌 7월로 잘못된 정보를 전했다.
공상시보는 “네이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나노 반도체 수율 향상을 위해 미국 실리콘프론트라인테크놀로지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라이벌인 TSMC를 뛰어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바라봤다.
특정 매체가 아닌 한국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를 해당 정보의 출처로 제시할 만큼 진위 여부나 신빙성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보도를 내놓은 것이다.
실리콘프론트라인테크놀로지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서 운영하는 협력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에 참여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수율을 향상하는 데 쓰이는 자사의 기술 솔루션을 삼성전자의 4나노 반도체 미세공정까지 적용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의 3나노 반도체 공정과 관련한 내용은 해당 자료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결국 삼성전자가 3나노 수율 향상을 위해 미국 기업과 협력한다는 공상시보의 보도 내용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인 셈이다.
공상시보는 삼성전자가 기존의 5나노 및 4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에서도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퀄컴과 같은 대형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잃게 됐다고 보도했다.
퀄컴이 최신 스마트폰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 2세대 반도체 위탁생산을 TSMC에 모두 맡겼다는 점을 근거로 든 것이다.
돈 맥과이어 퀄컴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수석부사장은 최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퀄컴의 제품 발표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부와 꾸준한 협력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상시보 보도에는 이런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공상시보는 “삼성전자가 실리콘프론트라인테크놀로지와 협력으로 3나노 반도체 수율을 높일 수 있다면 TSMC와 경쟁하며 대형 고객사를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만 매체가 이처럼 부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의 3나노 수율이 부진하다는 보도를 내놓은 것은 그만큼 대만이 삼성전자의 기술 발전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TSMC는 장기간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정기술 우위를 유지하면서 세계 파운드리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지켜 왔다.
그러나 상반기에 삼성전자가 TSMC보다 먼저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고 트랜지스터 구조를 효율화하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도 상용화하며 TSMC를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다.
TSMC는 올해 연말부터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을, 2025년부터 GAA 기술 구현을 목표로 두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이를 크게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공상시보의 보도는 결국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기술을 깎아내려 TSMC가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한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의 수율과 관련한 정보는 구체적 수치로 나타내기 어렵다. 따라서 수율이 몇 %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외부에 알려지는 일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 3나노 반도체 수율이 20% 이하에 불과하다는 공상시보의 근거 없는 보도는 결국 TSMC의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점에서 TSMC를 돋보이도록 하려는 의도를 두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2025년 2나노를 넘어 2027년 차세대 1.4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상용화 계획까지 공식화할 정도로 파운드리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데 강력한 자신감을 두고 있다.
TSMC는 삼성전자가 1.4나노 공정 상용화 계획을 내놓은 뒤 며칠만에 이보다 더 앞선 1나노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는 등 민감하게 대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 발전이 그만큼 TSMC와 대만 전체에 반도체 기술 우위 유지에 관련한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