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2-10-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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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쌍용자동차가 토레스의 판매 호조로 이익체력을 크게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발판 삼아 쌍용차의 새 주인이 된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전동화 관련 투자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쌍용차 토레스가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쌍용자동차 이익체력을 크게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쌍용차 토레스. <쌍용차>
10일 국내 완성차업체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쌍용차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토레스는 9월 국내에서 4685대가 판매되며 기아 쏘렌토에 이어 전체 자동차 판매 2위에 올랐다.
쌍용차는 토레스 단 한 차종만으로 지난해 9월 쌍용차 모든 차종의 내수판매량 합계치인 3859대를 훌쩍 넘어섰다.
토레스 판매호조에 힘입어 쌍용차는 9월 국내에서 모두 7675대를 판매해 1년 전보다 판매량을 2배가량 늘렸다. 이는 2020년 12월 이후 21개월 만에 월간 판매 최대 실적이다.
해외판매 3647대를 합쳐 쌍용차는 1년 전보다 90.3% 증가한 1만1322대를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했다.
쌍용차는 2020년 12월 회생절차가 시작된 뒤 무급휴직, 급여 및 상여금 삭감, 복지후생 중단 등 자구계획을 추진해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591억 원을 내며 적자 규모를 지난해 상반기의 3분의1 수준으로 크게 줄였다.
이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기 이전인 2018년 상반기(387억 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하반기 토레스 판매가 본격화하면서 쌍용차는 이익체력을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곽 회장이 이끄는 KG그룹에 8월 사실상 인수됐는데 10월 중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종결을 신청하고 법정관리체제 졸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자동차업계에서는 주인을 네 번 바꾸며 부침을 거듭해온 쌍용차가 전기차 전환의 시대에도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운영자금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전기차 신차를 내놓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쌍용차는 내년과 2024년 모두 3종의 전기차 신차를 내놓을 계획을 갖고 있는데 곽재선 회장은 토레스가 2배 가까이 키운 판매볼륨을 실탄삼아 쌍용차의 전기차 신차 출시 프로젝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1일 쌍용차의 새 주인인 KG그룹 계열사 KG모빌리티는 유상증자를 통해 쌍용차 주식 7309만8000주를 3655억 원에 취득하며 지분율 61.86%로 최대주주 올랐다. 같은 달 28일에는 곽 회장이 쌍용차 대표이사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쌍용차는 2023년 하반기 토레스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중형SUV 전기차 신차 U100(프로젝트명)을 출시한다.
2024년 중반에는 코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KR10(프로젝트명)을 전기차로 먼저 내놓고 같은해 하반기에는 국내 최초로 전기 픽업 O100(프로젝트명)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중국 전기차 선도업체 BYD(비야디)그룹의 배터리 제조 전문기업 핀드림즈인더스트리와 업무협약(MOU)을 맻고 U100에 탑재될 배터리를 공동 연구개발하고 있다.
쌍용차는 7월 열린 토레스 신차발표회에서 "쌍용차 신차에는 디젤을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유차 신차 개발 중단을 공식화한 바 있다.
준대형SUV 렉스턴과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칸), 준중형 SUV 코란도 등 보유 라인업 가운데 절반을 경유차로 내놓고 있는 쌍용차로서는 배수진을 치고 전기차 전환을 본격화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곽 회장은 8월 쌍용차 관계인 집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쌍용차의 전동화 전략은 이미 시작됐다"며 "내년에 일단 전기차가 나오고 전기차 플랫폼도 이른 시일 안에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전기차 전용플랫폼도 완성 단계에 다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토레스의 파생형 전기차인 U100까지는 내연기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전용 플랫폼을 출시한 뒤로는 이를 유연하게 적용할 계획을 세웠다.
토레스의 판매호조는 곽 회장이 이런 계획을 실행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신차 개발과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평택공장 노후화 설비 전환에는 많은 자금의 투입이 필요하다. 신차 토레스가 판매량을 2배 가까이 늘리면서 곽 회장이 쌍용차 운영자금 및 전동화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데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가 개발하는 전기차 신차는 수출 확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9월1일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열린 회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말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앞서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경영권을 쥐고 있던 2015년 쌍용차는 1월 출시한 소형SUV 신차 티볼리의 인기 돌풍에 힘입어 같은해 4분기에 8분기 만의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이뤘었다. 이듬해에는 영업이익 280억 원을 내며 2007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2016년 쌍용차는 국내외 판매 15만5844대를 기록했는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인 8만5821대를 티볼리가 책임졌다.
하지만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뒤 2020년 마힌드라그룹이 경영권 포기를 선언하자 쌍용차는 두 번째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당시 수익성이 낮은 티볼리에 판매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과 수출 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쌍용차 수출 실적은 2016년 5만2천여 대에서 2019년에는 2만5천여 대로 절반 넘게 꺽였다.
쌍용차는 해외에서 토레스를 중남미와 아시아, 중동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토레스 파생 전기차인 U100로는 유럽 시장에 대응하는 방침을 추진한다.
티볼리와 달리 프로젝트명 J100으로 개발하던 후속 전기차 모델을 고려했던 토레스는 내연기관차의 인기 여세를 몰아 유럽시장에서 전기차 신규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