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이 역대급으로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올해 D램 수요 증가율은 역사상 최저치인 10.4%에 이를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DS(반도체)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보다 35% 줄어든 6조5천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송 연구원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8만 원에서 7만2천 원으로 하향조정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 대비 47.2% 감소한 2조2100억 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올해 6월부터 시작된 반도체 고객사의 과잉 재고 정리는 약 9개월 뒤에 완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3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낮춰잡았다.
4분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적어도 4분기까지는 반도체 고객사들의 재고 소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만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는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3분기보다 최대 20%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5월부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다만 반도체업계는 이르면 2023년 중반부터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은 전례가 없는 환경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성장동력은 손상되지 않았다”며 “2023년 5월부터는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고객사들이 그동안 쌓아온 반도체 재고를 소진하고 있어 주문이 줄었지만 2023년 상반기가 지나는 시점에는 재고가 줄어들어 다시 주문량이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의 반도체 침체 시기인 2019년에도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하락세는 약 1년 정도 지속됐고 이후 호황기를 맞으며 반등에 성공했다.
게다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공장 가동률을 낮춰 공급량 조절을 본격화하고 설비투자 축소 계획도 세우고 있는 만큼 2023년 하반기에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액을 2021년 상반기보다 13.5% 줄였고 SK하이닉스도 2023년 설비투자액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2023년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30% 줄이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 1년 내에 반도체 업황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시선도 만만치 않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98.1%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는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경기침체에 빠지게 되면 IT제품 소비 수요는 줄 수밖에 없고 이는 반도체 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미 세계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0.6%로 최종 집계됐는데 이는 1분기 -1.6%에 이어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경기침체로 받아들여진다.
30년 동안 연평균 투자 수익률이 30.4%인 것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 스탠리 드러큰밀러는 28일 CNBC가 주최한 한 행사에 참석해 “미국 경제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예상하는 완만한 수준이 아닌 급격한 침체를 맞을 것”이라며 “2023년 말 경착륙한다는 것이 기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