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에 수익성을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내년 실적에 큰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는 대만 IT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경쟁사인 TSMC가 이미 내년 반도체 파운드리 수주 물량을 대거 확보해 안정적 실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다소 불안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로 메모리반도체 실적 부진을 만회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대만 IT전문가의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
대만 IT전문지 디지타임스의 황친융 사장은 16일 기고문을 내고 “삼성전자에 메모리반도체 사업은 ‘생명줄’에 해당한다”며 “그리나 업황 변동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삼성전자의 올해 연매출 전망치에서 약 40%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업, 30%가 반도체 사업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모바일 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에 그치고 메모리반도체가 전사 영업이익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최소한 내년 중반까지 크게 악화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어 삼성전자 실적에 불안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황 사장은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에 실적 기대를 크게 걸기 어려워졌다”며 “이 때문에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그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이 연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고 지난해 영업이익에서 3%에 불과한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을 약점으로 꼽았다.
올해 실적에는 삼성전자가 최신 3나노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으로 얼마나 많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황 사장은 삼성전자가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며 시장에서 단기간에 큰 입지를 차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장비 구매와 투자에 큰 돈을 들인다고 해도 이른 시일에 TSMC의 지배력을 흔들기는 어렵다”며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및 모바일 사업에서 이전과 같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반면 시스템반도체 성장이 늦어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TSMC는 이미 2023년에만 300억 달러(약 42조 원) 수준의 파운드리 수주 물량을 쌓아두고 있다는 점이 삼성전자와 가장 큰 차이로 지목됐다.
황 사장은 “TSMC는 삼성전자가 고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위치에 놓였다”며 실적을 유지하는 데 우위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TV 등 주요 사업에서 장기간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영업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은 4%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황 사장은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서도 “그러나 TSMC의 큰 벽을 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서 TSMC를 뛰어넘고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만큼 경쟁력을 갖춰내지 못한다면 당분간 메모리반도체 업황 불안과 같은 변수에 자유로워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디지타임스에 기고문을 낸 황 사장은 대만 IT 및 반도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