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용선료 인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해외선주들이 이미 연체한 용선료부터 납부해야 한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최근 용선료 협상팀을 꾸리고 영국계 로펌인 프레시필즈를 자문로펌에 선정해 해외선주와 본격적으로 용선료 협상에 나섰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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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
프레시필즈는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 짐(ZIM)의 협상에 투입됐던 법률 사무소다. 짐은 2013년부터 2014년 7월까지 해외선사들과 용선료 재협상을 진행했다. 프레시필드는 당시 세계 해운업계에서 흔하지 않은 용선료 재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업계는 현대상선이 주요 컨테이너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잘 마무리하면서 한진해운도 용선료 협상을 긍정적으로 이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최근 용선료 지급을 연체하면서 해외선주들이 용선료 협상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선주인 시스팬은 한진해운이 용선료 1160만 달러(약 137억 원)가 밀렸다는 사실을 최근 밝혔다. 해외선주 나비오스는 5월 한진해운이 용선료를 체납했다는 이유로 한진해운 소속 벌크선을 억류했다가 사흘 만에 억류를 해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계속 용선료를 갚지 못한다면 해외에서 선박 억류상황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용선료 연체액은 모두 1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을 낙관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2일 여의도 본사에서 사채권자 집회를 위한 사전 설명회에서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잘됐는데 저희는 더 나은 상황이니까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4월 채권단에 조건부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포기 각서와 경영정상화 방안을 담은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자구안에는 자산매각 등을 통해 4112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담겼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 조정 조건을 충족하면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