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증권업계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분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이번에는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증권이 파운드리 분사론에 불을 당기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삼성전자에선 파운드리 사업 분사가 현재 시점에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사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모습. |
13일 삼성전자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사가 불가능한 이유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힌다.
삼성전자가 밝힌 첫 번째 이유는 파운드리 사업부가 독립적으로 사업자금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파운드리 사업을 육성하는데는 일반적으로 조 단위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파운드리 생산라인 1개를 만드는데 약 20조 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2020년 기준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연간 매출의 20% 가량인 15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어들이는데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매출규모에 비춰 볼 때 분사가 진행된다면 추가적 투자금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쟁회사인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의 경우 대만과 미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앞으로 4년 동안 약 160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올해 밝힌 바 있다.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현시점에서 분사는 올바른 선택지가 아닌 셈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할을 할 경우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전세트까지 분사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시점에서는 파운드리 사업부가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고 가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3나노 양산에 성공하는 등 성장 잠재력만큼은 주요 사업부 가운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사가 이뤄진 뒤 앞으로 증권시장에 상장하게 된다면 과거 LG화학의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사례처럼 삼성전자의 기존 주주가치를 떨어드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 사업부,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LSI사업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와 생활가전 사업부 등 여러 사업부로 나뉘어 있는데 연쇄 분사 가능성도 추가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공유하고 있는 기술적 자산들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파운드리 분사는 쉽지 않다는 시선이 많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와 메모리 사업부는 연구개발 역량과 첨단공정의 인프라 등 기술적 자산을 공유하고 있는데 당장 물리적으로 쪼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시점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사가 사실상 힘든데도 증권업계에서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으로는 크게 2가지 이유가 꼽힌다.
먼저 분사가 성사하면 파운드리 고객회사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 역량도 키우고 있기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부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로서는 기술적 노하우가 노출될 가능성을 꺼린다는 문제점이 있다.
삼성전자의 경쟁업체인 대만 TSMC가 고객회사와 절대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파운드리에만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설립하는 적극적 현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투자금 확보를 위한 상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파운드리 분사론을 뒷받침하는 이유로 꼽힌다.
황민성 삼성증권 팀장은 리포트에서 SK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부문을 인수한 뒤 미국에 상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을 분사해 미국에 상장하면 기업가치 측면에서 의미가 클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론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가깝게는 2021년 7월에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가 분사할 것이라는 소문이 증권업계에서 돌기도 했다.
당시에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글로벌 반도체업계의 호황기에서 나온 분사설이었다는 점에서 최근 나온 분사 필요성 제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현재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업황이 좋지 않다.
또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공정의 수율 문제 놓고 대만 언론으로부터 지속적 의혹제기에 시달려 왔다.
이와 같은 복합적 상황속에서 이른바 ‘삼성전자 위기론’이 부각되면서 기업가치 제고에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시선이 늘면서 분사론이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할 계획이 전혀 없다”며 “삼성전자를 향한 시장의 다양한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불식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