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장남 조현준 사장이 아버지 조석래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조 사장이 그룹 경영권을 곧 물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생 조현상 부사장과 지분율 차이가 적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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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 |
효성그룹이 최대주주가 조석래 회장에서 조현준 사장으로 변경됐다고 3일 밝혔다. 조현준 사장은 지난 1일 효성그룹의 지주사 격인 효성의 주식 3500주를 장내에서 2억3620만 원에 취득했다.
조 사장의 지분율은 10.33%(362만6983주)로 늘어 10.32%(362만4478주)인 조석래 회장을 앞서게 됐다.
조현준 사장은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주식 6만3629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10.14%에서 10.32%까지 끌어올리며 조석래 회장과 같은 지분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총 주식 수가 조 회장보다 995주 적어 최대주주에 오르진 못했다.
조현준 사장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지분을 늘려 왔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일까지 효성 주식을 41차례나 사들였다. 조 사장이 7.26%였던 지분율을 10.33%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쓴 돈만 65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은 지분매입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배당금과 주식담보대출, 계열사 지분매각 자금 등을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 사장은 지난 4월 효성 지분 30만여 주를 담보로 삼성증권에서 대출을 받아 약 130억~160억 원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보유하고 있던 카프로 주식 전량인 28만4546주를 약 17억 원에 팔았다.
조석래 회장 취임 후 효성의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조현준 사장이 사실상 효성의 경영권 승계를 굳혔다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온다. 조 회장이 올해 79세로 고령인 데다 건강도 좋지 않은 만큼 조현준 사장이 경영권을 당장 물려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현준 사장은 3세 경영인으로서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조 사장은 현재 효성의 전략본부장과 섬유 및 정보통신 PG장, 효성ITX 경영총괄을 맡고 있다.
조 사장은 효성의 스판덱스사업을 세계 1위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효성ITX를 통해 미래먹거리로 떠오른 사물인터넷사업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조현준 사장의 경영 승계를 이야기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승계경쟁을 벌이고 있는 조현상 부사장과 지분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조현상 부사장은 조석래 회장의 3남이다.
조현상 부사장도 지분을 적극적으로 매입해왔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까지 세 번에 걸쳐 효성 주식 2만7407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9.97%에서 10.05%로 늘렸다.
조현준 사장과 지분율 차이는 0.28%(9만8798주)에 불과하다. 조현상 부사장이 지난해 3월부터 24차례나 지분을 매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지분구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결국 효성의 새로운 주인은 여전히 조석래 회장의 결정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석래 회장이 보유한 10.32%의 지분이 장남과 삼남 중 누구에게 가느냐에 따라 경영권 승계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효성그룹은 조현준 사장이 최대주주에 오른 데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효성 관계자는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이 잇달아 지분을 사들인 것은 경영권 안정을 위한 지분 확보일 뿐”이라며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효성가의 세 아들 가운데 차남인 조현문 전 사장은 지난해 2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보유하고 있던 7.18%의 지분을 지난해 3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전량 매각해 승계경쟁에서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