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2-07-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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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 고급브랜드 제네시스가 애초 예상을 뒤엎고 국내에 왜건형 모델인 G70 슈팅브레이크를 내놓는다. '왜건의 무덤'이라 불리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차로는 11년 만의 왜건형 신차 출시다.
이전까지 짐차라는 인식이 강했던 픽업트럭은 현재 레저용 차량으로 인식 전환에 성공하며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 G70 슈팅브레이크 역시 기존 짐차 이미지를 떨쳐내고 국내 왜건 시장 형성에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G70 슈팅브레이크(왼쪽)와 뉴렉스턴스포츠칸
3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에서 왜건 모델은 978대가 팔렸다. 전체 승용차 판매 58만7132대의 0.17%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왜건은 세단의 지붕이 후단까지 수평으로 이어져 뒤 쪽에 문이 달린 승용차를 말한다. 적재공간을 위해 세단의 안정적 후면 디자인 비율을 내준 짐차처럼 보여 차량 이미지를 중시하는 지금껏 국내에서는 선호도가 떨어졌다.
더구나 왜건은 통상 동급 세단 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되면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국내 자동차 시장은 '왜건의 무덤'으로 불렸다.
이런 상황에서 제네시스는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도전적 시도 차원에서 중형 왜건 G70 슈팅브레이크를 7일부터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세단 G70의 트렁크 공간을 40% 넓힌 파생형 모델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차박이나 캠핑뿐만 아니라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고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국내에서 G70 슈팅브레이크를 출시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유럽 전략 차종으로 출시된 G70 슈팅브레이크는 영국 자동차 축제 '2021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유럽에서는 왜건이 SUV와 세단 장점 두루 갖춘 모델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국경을 넘어가는 장거리 여행에서 많은 짐을 싣기 유리한 데다 SUV보다 낮은 차고로 승차감 측면에서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월 기아 씨드 왜건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는 스웨덴 자동차 전문지 '테크니켄스 바를츠'로부터 '2021 최고의 차'에 뽑히기도 했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왜건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유럽에서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으나 판매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5월 유럽에 새로 진출한 제네시스 브랜드가 아직까지 현지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여파로 분석된다.
이에 G70 슈팅브레이크의 국내 출시를 놓고 유럽 판매 부진을 국내에서 일부라도 만회하려는 '재고 떨이'가 아니냐는 비판도 흘러 나온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수입 왜건 차량 판매량이 늘고 있어 왜건의 실용성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정받는 점을 현대차가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왜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B5 모델은 2020년 621대에서 지난해 1810대로 판매량이 3배 가량 뛰었다. BMW 3시리즈 투어링 모델도 지난해 840대가 팔리며 1년 전 218대보다 4배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해 국내 왜건 전체 판매량은 3168대로 2020년보다 16.6% 증가했다.
▲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G70 슈팅브레이크가 이런 흐름을 타고 국내 왜건 시장의 토대를 다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픽업 트럭이 짐차라는 기존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국내 시장에서 레저용 차량의 일부로 자리를 잡은 것처럼 왜건도 반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짐칸을 장착한 픽업트럭은 국내에서 차박을 하거나 요트 등을 끌고 갈 수 있는 레저용 차량으로 인식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유일한 국산 픽업트럭인 쌍용차 렉스턴스포츠(스포츠칸 모델 포함)은 '조선의 픽업'으로 불리며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 했다.
쌍용차 렉스턴스포츠가 처음 출시되던 2018년 이전에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현재 왜건 시장과 상황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픽업트럭에 있어서도 국내 시장은 불모지로 여겨져 왔다. 이런 점을 고려해 쌍용차는 2018년 렉스턴스포츠를 내놓으며 픽업트럭이란 표현 대신 '오픈형 렉스턴'이라는 마케팅 용어를 만들기도 했다.
제네시스 역시 G70 슈팅브레이크 출시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왜건이란 표현은 전혀 쓰지 않았는데 픽업트럭의 전략을 벤치마크한 마케팅 전략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2002년 무쏘 스포츠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문을 열었고 액티언 스포츠와 코란도 스포츠 모델을 통해 픽업트럭을 꾸준히 출시하며 시장을 개척해왔다.
▲ 렉스턴 스포츠칸. <쌍용차>
2018년 초 쌍용차 렉스턴스포츠가 출시되면서 기존 2만 대 수준이던 픽업트럭 시장 규모는 단번에 4만 대 규모로 뛰었다.
그 뒤 4만 대 규모를 유지하다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생산 차질을 겪으면서 판매량이 3만 대 수준으로 뒷걸음 쳤으나 렉스턴 스포츠는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80%대 점유율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가 픽업트럭 시장 규모를 키우자 2019년 한국GM 쉐보레 콜로라도를 시작으로 2020년 지프 글래디에이터, 지난해 포드 레인저 등이 국내에 출시됐다. 올 하반기에는 GM 고급 브랜드 GMC가 시에라 드날리를 내놓는 등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본격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2019년 현대차 i40의 단종을 끝으로 국산 왜건 모델이 사라지면서 실용적 왜건 모델을 원하는 소비자 선택폭도 매우 좁아졌다.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는 5330~5960원, BMW 3시리즈 투어링은 5710~8100만 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푸조 508 SW는 4990만 원,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는 6950~7970만 원으로 왜건을 구매하려면 최소 5천만 원 규모의 지출을 감수해야 했다.
G70 슈팅브레이크 모델 하나가 시장에 바로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우나 전멸한 국산 왜건의 맥을 잇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시선도 나온다.
G70 슈팅브레이크 가격은 기본 모델은 4310만 원, 스포츠 모델은 4703만 원부터 시작한다. 수입 왜건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있다.
G70 슈팅브레이크의 제원은 전장 4685mm, 전폭 1850mm, 전고 1400mm, 축거(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 2835mm로 세단 G70과 완전히 동일한 프레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G70 슈팅브레이크는 울산공장에서 전량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해왔다. 국내에서 판매를 늘리는 데도 부담이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