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을 놓고 인상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한국전력공사는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적 적자 상황에서 올해 여름 폭염까지 예고된 터라 적자 급증을 우려하고 있는데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조금이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8일 전력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의 3분기 전기요금 논의에 한전은 연료비 조정단가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전기요금 조정안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은 매 분기마다 분기가 시작되기 직전 달에 결정된다. 이에 따라 3분기 전기요금은 오는 20일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연료비 등을 반영한 조정단가를 제출하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전기요금을 결정한 뒤 다시 한전에 통보한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 3분기 전기요금 결정과 관련해 한전은 특히 원유, 천연가스 등의 시세 급등을 반영하기 위해 연료비 조정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자원의 시세 급등에 발전단가가 크게 올랐지만 연료비 조정요금은 계속 동결돼 왔기 때문이다.
2분기에 전기료가 인상될 때도 연료비 조정요금은 동결된 채 지난해부터 예고됐던 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등만 인상됐다.
한전 관계자는 “발전원가가 워낙에 상승한 만큼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커진 상황”이라며 “이번에는 연료비 조정요금이 조정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바라본다”고 말했다.
3분기 전기요금의 인상에 있어 관건은 기획재정부의 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물가 관리에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에 비교적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초기인 5월부터 소비자물가가 5%대 상승을 보일 정도로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진 상황인 만큼 기재부로서는 전기요금 인상에 부담이 더욱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에너지자원의 시세 급등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한전이 1분기에 8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내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의 전기요금을 향한 태도에 변화가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5월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칙적으로 공공요금을 통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제하지 않을 대상에 전기요금도 포함되는지 묻는 질문에 “포함된다”고 답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역시 지난 5월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물가를 강제로 끌어내릴 방법이 없고 만약 그렇게 하면 경제에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정부가 물가를 직접 통제하던 시대도 지났고 그것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전으로서는 3분기 전력 수요가 급등하는 시기에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일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한 분기에 연료비 조정단가의 조정폭이 kWh당 ±3원으로 정해져 있는 만큼 3분기에 최대폭으로 전기료가 인상돼도 한전의 ‘팔면 팔수록 손해’인 상황 자체에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 1분기처럼 8조 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영업손실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도매가격은 4월 기준으로 kWh당 200원 대로 올랐다가 5월에 140원 대로 낮아졌고 6월에는 130원 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앞으로 ‘전력거래가격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전력도매가격은 kWh당 130~140원을 넘어설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은 2021년 평균으로 kWh당 108.1원이었고 올해 4월에 kWh당 6.9원이 인상됐다. 여기에 더해 3분기에 연료비 조정단가가 kWh당 3원이 인상된다면 전력도매가격과 전기요금의 차이는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7월부터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면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분기 전기요금의 인상에 따른 한전의 영업손실 절감 효과는 더욱 클 수 있다.
특히 올해 라리냐 현상에 따른 한반도 폭염이 예고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올여름 전력수요는 평년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올해 5월에 이른 더위의 영향으로 월간 전력소비량이 6만6243MW(메가와트)로 200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 보였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