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2-05-31 11: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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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미생물) '통합형 제약사'를 내세운 지놈앤컴퍼니의 비전이 재무적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에 더해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을 새로 추진하면서 매출원을 확보한 결과 연구개발비 부담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향후 신약과 위탁개발생산이라는 '투트랙' 전략이 진전될수록 통합형 제약사 구조가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지놈앤컴퍼니는 미국 자회사 리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를 설립하고 미국 인디애나주 피셔스시에 대규모 마이크로바이옴 생산시설을 건립한다고 2021년 11월19일 밝혔다. 사진은 조용완 리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왼쪽)와 스캇 패드니스 피셔스시 시장이 악수하는 모습. <지놈앤컴퍼니>
31일 지놈앤컴퍼니 분기보고서를 분석하면 연구개발비가 지난해 1분기 5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66억 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510%에서 240%로 급감했다.
여전히 매출보다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자금 부담이 줄어든 셈이다.
지놈앤컴퍼니가 1년 만에 연구개발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회사가 추진하는 통합형 제약사 사업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통합형 제약사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연구개발과 생산을 병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기술이전 대가와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등을 통해 매출을 거둬왔지만 실적이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지놈앤컴퍼니 연매출은 약 4억5천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회사 전체 매출이 28억 원가량으로 껑충 뛰어 1분기 매출만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의 5배를 넘게 됐다.
이는 지놈앤컴퍼니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위탁개발생산기업 리스트랩스의 매출 26억 원이 1분기 연결 실적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리스트랩스 인수 계약은 2021년 9월 체결된 뒤 같은해 12월 인수 대금이 지급되면서 마무리됐다.
물론 매출이 늘었다는 것만으로 지놈앤컴퍼니의 자립이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회사 장부가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지놈앤컴퍼니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1분기 8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03억 원으로 확대됐다.
다만 지놈앤컴퍼니의 적자는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놈앤컴퍼니는 신약 연구개발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한편 마이크로바이옴 위탁개발생산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자금을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미국 리스트랩스를 인수한 직후 마이크로바이옴 위탁개발생산 신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현지 자회사 리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리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는 올해 3월 484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며 신공장 건설 준비를 마쳤다. 2024년 2분기 신공장을 완공한 뒤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cGMP)을 취득해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정됐다.
시간이 갈수록 위탁개발생산 실적이 늘어나면서 지놈앤컴퍼니의 수익성이 안정권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생산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자체 신약의 생산을 내재화하는 동시에 최근 개화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시장의 위탁개발생산 수요를 공략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영진 지놈앤컴퍼니 대표이사 부사장은 3월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로바이옴기업 가운데 완전 통합형 제약사를 추구하는 기업은 지놈앤컴퍼니뿐이다”며 “마이크로바이옴 위탁생산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해 신약개발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놈앤컴퍼니 통합형 제약사 비전의 다른 기둥인 신약개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기존에 독일 머크·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와 함께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 ‘GEN-001’를 개발해왔는데 올해 3월 미국 MSD와도 GEN-001의 임상 협력계약을 체결하며 협력의 폭을 넓혔다. 4월에는 위암 대상 GEN-001 임상2상에서 환자 투약이 시작됐다.
또 뇌질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SB-121’의 경우 최근 임상1상이 마무리된 데 이어 올해 안에 임상2상 진입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