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세상.
사회적기업 센시가 추구하는 미래다. 센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다.
특히 센시가 만드는 점자책은 기존 흰바탕에 점자만 찍힌 점자책과 달리 점자와 문자, 이미지 등이 모두 한 페이지에 담겼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누구나 함께 읽을 수 있는 점자책을 만드는 것이다.
15일 현재 센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점자번역 서비스와 점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센시는 점자책뿐 아니라 회화나 사진 등을 손으로 느낄 수 있는 촉각도서, 점자 교육을 위한 교구재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 센시는 2015년 설립됐고 2018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출판사나 공공기관 등에 점자번역 서비스나 점자교육 교구재 등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자체 출판을 통한 점자책을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센시의 이름이 적힌 점자책을 판매하고 있다.
사명은 '감각(Sense)'과 '보다(See)'의 합성어로 '눈 대신 손으로 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인식 센시 대표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모시고 있다. 삼촌도 시각장애인이라고 한다. IT엔지니어로 일하던 서 대표는 아버지를 위해 점자 단말기를 제작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텍스트나 문서를 입력하면 점자 자판이 올라오는 기기다.
하지만 점자 단말기는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고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서 대표는 점자 콘텐츠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오랜 노력의 결과로 센시는 세계 48개 언어를 점자로 번역할 수 있는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점자로 변환한 책만 300만 권이 넘는다.
기존의 점자번역 프로그램은 정확도가 낮은 데다 번역된 결과물을 점역사들이 직접 한 글자씩 교정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이에 책 한권을 점자책으로 번역하는 데 6개월 정도가 걸렸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도서가격도 비쌌다.
서 대표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점자번역 사례 학습을 통해 점자번역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300페이지 분량의 점자책 번역이 하루 만에 가능하게 되면서 제작비용도 줄었다. 이에 책 제작비용도 10~50달러 수준으로 기존 점자번역 방식(100~200달러)보다 크게 낮아졌다. 시각장애인이 합리적 가격으로 다양한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점자번역 뒤 오번역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알려주는 기능을 더했다. 사람이 다시 해당 부분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면서 번역 정확도를 높였다.
성장세도 지속되고 있다. 2020년 12명이었던 정규직 직원은 현재 25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매출도 2020년 27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72억 원 정도로 뛰었다.
주목할 대목은 센시 매출의 약 80% 정도가 해외시장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48개 언어의 점자번역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사업 구조이다. 센시는 데이터와 역량이 충분히 쌓인 만큼 더 많은 언어를 점자로 번역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지난해 인공지능 전문인력을 보강하면서 점자번역 서비스 고도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센시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하지는 못했다.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해외 기관이나 기업들과 추진하던 사업들이 줄줄이 지연되거나 무산됐다.
올해는 영업환경이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사업을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센시 관계자는 “올해는 장기간 추진하지 못한 해외사업 등을 추진할 것이다”며 “올해 안에 미국 뉴욕과 LA에 첫 번째 해외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