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CJ그룹, 신세계그룹, 셀트리온 등이 마이크로바이옴시장에 참여해 활발한 투자 및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중이다.
가장 투자 규모가 큰 기업으로 꼽히는 것은 CJ그룹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마이크로바이옴기업 천랩을 약 1천억 원에 인수한 뒤 올해 초 계열사 CJ바이오사이언스로 출범시켰다.
천랩은 기존에 염증성장질환 치료제 ‘CLP105’ 등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약물을 개발하고 있었다. 새롭게 출발한 CJ바이오사이언스는 이런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 2025년까지 후보물질 10건 개발, 기술수출 2건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CJ제일제당에서 분사한 건강기능식품업체 CJ웰케어와 손잡고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신세계그룹은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보다 건강기능식품 쪽에 더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이마트는 3월 마이크로바이옴기업 고바이오랩과 손잡고 건강기능식품 합작법인 위바이옴을 설립했다. 이마트의 위바이옴 투자 규모는 약 100억 원대로 추산된다.
이마트는 여기에 더해 고바이오랩 유상증자에도 100억 원을 투입해 지분 일부를 확보함으로써 마이크로바이옴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위바이옴은 조만간 본격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고바이오랩으로부터 일부 마이크로바이옴 균주 및 관련 기술의 권리를 넘겨받았다.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기업으로 입지를 다진 셀트리온은 마이크로바이옴이 신약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3월 고바이오랩과 공동연구계약을 맺고 과민성대장증후군,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을 함께 발굴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향후 후보물질이 확정되면 셀트리온은 해당 물질의 기술이전에 대한 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최초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던 셀트리온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도 선보일 준비에 나선 셈이다.
▲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왼쪽)와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1월27일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바이오랩>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CJ그룹, 신세계그룹, 셀트리온 이외에 다른 대기업도 협업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시장에 진출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독일 머크·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를 연구개발 파트너로 둔 마이크로바이옴기업 지놈앤컴퍼니가 주요 투자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대기업 등 여러 기업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이처럼 건강기능식품뿐 아니라 의약품 쪽에서도 핵심 소재로 떠오른 까닭은 특유의 안전성 때문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활용해 개발되기 때문에 기존 약품들과 비교해 부작용 우려가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생물 유전자를 분석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많은 미생물의 치료 효능을 검증하는 일이 이전보다 수월해진 점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융합연구정책센터는 2021년 8월 ‘융합연구리뷰’를 통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술을 통해 미생물 효능 검증이 더욱 강화되면서 특정 질병의 완화와 치료에 효과적인 미생물 발굴의 가능성이 대폭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의 규모는 시간이 흐를수록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을 포함한 세계 마이크로바이옴시장은 2019년 2억8천만 달러에서 2024년 5억6천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