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쌍용자동차 인수전이 다시 시작되면서 주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 쌍용자동차 회생 지원에 적극적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KDB산업은행은 그동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의 사업성을 판단해 자금을 수혈하겠다는 원칙론을 고수하며 회생 지원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최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거취 문제와도 맞물려 KDB산업은행의 태도에 변화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15일 KDB산업은행 안팎에 따르면 쌍방울그룹과 KG그룹 등이 쌍용자동차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KDB산업은행은 사업성이 확보돼야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지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그동안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지원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내세워 왔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9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제대로 된 사업주체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을 가져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자금 지원에 선을 그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KDB산업은행은 쌍용자동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에디슨모터스가 대출을 희망했지만 에디슨모터스의 사업성과 자금조달능력을 탐탁하지 않게 여겨 대출에 난색을 보였다.
최근 쌍용자동차 인수에 뛰어든 쌍방울그룹과 KG그룹은 에디슨모터스보다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서 사업성이나 자금조달능력면에서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KDB산업은행의 자금 지원 눈높이에 어느 정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KDB산업은행은 이들로부터 인수제안서를 제출받아 구체적으로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전까지는 원칙론을 고수하며 자금 지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자동차 매각이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이뤄지는 점도 KDB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주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스토킹호스는 매물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먼저 보인 인수 내정자(우선 매수권자)와 사전에 계약을 맺은 뒤 공개경쟁입찰을 시작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매수자가 나오면 이를 최종 계약자로 선택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매각 방식에서는 가격경쟁력이 중요한데 KDB산업은행이 인수 예상 기업들에게 자금 지원을 약속한다면 입찰가격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6월 말 이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이후 KDB산업은행의 태도가 바뀔 가능성은 있다. 이 회장이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현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KDB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자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 입지가 더욱 좁아진 상태다.
게다가 그동안 KDB산업은행 수장들은 정권교체기에 임기를 남겨 둔 상태에서 물러나는 사례도 많았다.
이 때문에 쌍용자동차에 대한 지원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이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KDB산업은행이 쌍용자동차 회생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