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론의 미국 아이다호주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현지에서 유일하게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마이크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미국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을 확대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고객사 확보와 반도체업황 변동 방어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미국 아이다호주 지역언론 아이다호스테이츠맨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마이크론의 미국 내 메모리반도체공장 투자에 금전적 인센티브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은 현지시각으로 13일 아이다호와 유타, 몬태나주 지역언론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의회가 현지 반도체 생산에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520억 달러 규모 반도체 지원법안에 이어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반도체기업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더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레이몬도 장관은 마이크론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마이크론은 유일한 미국 내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업이자 아이다호주에서 최대 고용주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마이크론의 미국 반도체공장을 향한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아이다호스테이츠맨은 “레이몬도 장관은 전 세계 반도체의 70%가 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돼 공급된다는 점을 바꿔내려 하고 있다”며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를 계기로 미국 내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라고 바라봤다.
마이크론은 현재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인도, 말레이시아, 일본, 유럽에서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한다.
미국에서는 버지니아주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이다호주 생산공장은 현재 연구개발 센터로만 활용되고 있고 미국 내 공장 2곳은 다른 기업에 매각했다.
아이다호주 당국이 최근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과 확장 등에 세제혜택 등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는 법안을 도입한 데 따라 마이크론이 아이다호주 공장 가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이런 상황에서 직접 나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제공하겠다며 적극 나선 셈이다.
▲ 마이크론의 미국 버지니아주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
아이다호스테이츠맨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현지에 18억 달러(약 2조2천억 원) 규모의 생산투자 계획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이를 확정하지는 않았다.
미국 정부가 현지 메모리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충분한 지원 등 조건을 제시한다면 공장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 생산 투자 확대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경쟁사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모두 비슷한 고객사 기반을 두고 유사한 반도체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데다 기술력 측면에서도 서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D램 및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위와 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으며 마이크론은 D램시장 3위, 낸드플래시시장 4~5위권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지방 정부 지원으로 생산 투자에 속도가 붙는다면 반도체 출하량을 늘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빼앗아갈 수 있다.
마이크론이 반도체 생산 투자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면 메모리반도체 공급 과잉을 이끌어 업황이 악화하는 일을 방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크다.
미국에서 마이크론이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면 미국 고객사에 공급하기 더 유리해진다는 점도 한국과 중국에서만 메모리를 생산하는 한국 반도체기업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현지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미국 내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마이크론의 반도체 구매를 유도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이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해 공급하면 물류비용과 안정적 공급망 측면에서도 장점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정부의 정책에 맞춰 마이크론이 아이다호주 이외에 다른 지역에도 반도체공장을 새로 건설해 운영하면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레이몬도 장관은 최근 발생한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며 다른 국가에 반도체 공급 의존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관계자는 아이다호스테이츠맨을 통해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일은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미국 내에서 충분한 공급 비중을 확보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