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2-03-0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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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요섭 SK매직 대표이사가 친환경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렌털업계에서는 윤 대표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상장을 추진하는 SK매직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본다.
▲ 윤요섭 SK매직 대표이사.
6일 SK매직에 따르면 윤 대표는 리싸이클센터 건립을 추진하면서 식물재배기, 비데, 무전원 정수기 등 친환경 가전 라인업 확대도 준비하고 있다.
윤 대표는 먼저 친환경 자원순환 체계의 한 축을 맡을 리싸이클센터를 올해 안에 건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리싸이클센터는 폐기를 앞두거나 사용연한이 지난 렌털제품을 회수하고 분해해 플레이크 형태로 가공하는 작업을 맡는다.
이는 제품 폐기로 발생하는 플라스틱을 친환경 플라스틱의 원료로 만드는 것이다. 이후 재가공을 거쳐 생산된 친환경 플라스틱은 새로운 제품 제조에 쓰인다.
윤 대표는 리사이클센터를 통해 2024년에는 수거된 렌털가전에서 발생한 모든 폐플라스틱을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SK매직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리사이클링센터 건립은 현재 이사회 상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후보지나 건립 시기도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리사이클센터의 후보지로 SK매직의 생산공장이 있는 경기 화성공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공장은 SK매직 가전연구소가 위치해 있어 친환경 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개발 기지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매직은 리싸이클센터의 운영을 위해 지난해 10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과 플라스틱 재생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SK지오센트릭은 재활용 플라스틱 제조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친환경 렌털가전 생산에 필요한 재생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한다.
윤 대표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렌털 제품군 '그린 컬렉션'의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그린 컬렉션은 지난해 10월 공개된 SK매직의 친환경 가전 라인업으로 제품생산에 사용되는 친환경 재생플라스틱 사용률이 99.5%이상(중량 기준)인 제품군이다. SK매직은 지난해 10월 올클린 그린242 공기청정기를, 올해 2월에는 에코미니 정수기 등의 그린 컬렉션 제품을 출시했다.
SK매직이 그린 컬렉션 제품에 힘을 주는 것은 환경을 향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SK매직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소비자 의식 조사결과에서도 친환경 소재 적용이 소비자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제품에 대한 구매호감도는 78.2%로 일반 제품에 대한 구매호감도 35.5%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K매직은 렌털계정수가 2020년 말 203만 개에서 2021년 말 221만 개로 8.9% 늘어났는데 친환경 소재 제품군이 늘어나면 렌털계정수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렌털업계에서는 SK매직이 다음 그린 컬렉션 제품으로 식물재배기를 선보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SK매직은 2020년 9월 식물재배기 기술업체 에이아이플러스를 22억 원에 인수하며 식물재배기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발명진흥회 지식재산평가센터에 따르면 국내 식물재배기 시장규모는 2020년 600억 원에서 2025년 5천억 원으로 8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렌털업계 2위(계정수 기준) 자리를 놓고 SK매직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LG전자는 한 발 앞서 2021년 10월 식물재배기 '틔운'을 출시하고 같은해 11월 렌털서비스를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SK매직의 차기 그린 컬렉션 제품 후보군으로는 비데, 무전원 정수기 등이 꼽힌다.
윤 대표의 다양한 친환경사업 행보는 상장을 앞두고 있는 SK매직의 이미지를 '친환경 기업'으로 구축해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ESG 분야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은 기업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과 우수한 평가를 받은 기업에 더 투자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은 지난달 삼성전자, SK텔레콤, 유플러스 등 국내 대기업 10곳에 서한을 보내 탄소배출 감축을 촉구하기도 했다.
SK매직의 기업공개 흥행에 친환경 행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당초 SK매직은 2018년 상장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 KB증권, JP모건을 선정하고 2020년 안에 기업공개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위축 영향과 함께 SK그룹 내에서도 SK바이오팜에게 순서가 밀리면서 상장 추진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또 2021년 3월 모회사인 SK네트웍스의 당시 최신원 회장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기업공개의 흥행에 빨간불이 켜지며 상장 추진의 동력을 잃기도 했다.
이후 같은해 10월 최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자 투자은행업계에서는 SK매직이 조만간 상장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SK매직이 올해 1월 이영길 경영전략본부장, 박소아 이사회 감사 등 윤 대표와 SK네트웍스 재무실에서 함께 일했던 재무전문가들을 영입하자 상장 재추진 전망에 힘이 실렸다.
SK매직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업가치가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판단된 시점에 상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며 “당분간 상장을 추진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SK매직은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788억 원, 영업이익 712억 원을 내며 2년 연속 매출 1조 원을 넘기는 등 렌털사업이 안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