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원 기자 hyewon@businesspost.co.kr2022-03-02 16: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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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홈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소비 현상)’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밖에서 술을 마시기보다 집에서 술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이들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해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의 전략이 주류부문의 실적 성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2일 롯데칠성음료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박윤기 대표가 회사의 주류 상품 구색을 넓히는 것은 '홈술 트렌드'라는 시장의 흐름에 올라타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보로 읽힌다.
롯데칠성음료가 이날 내놓은 위스키 ‘랭스(LANGS)’는 홈술 트렌드를 정확히 겨냥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크게 높인 제품이다.
위스키와 탄산음료 등을 섞어 만든 칵테일의 일종인 하이볼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 트랜드를 반영해 만들었다.
기존 유명 브랜드 위스키들은 같은 용량(700ml)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을 보이지만 랭스는 위스키 입문자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1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랭스를 출시하기 이전까지 롯데칠성음료가 유통판매하는 블렌디드 위스키 가운데 가장 저렴한 제품은 100㎖ 당 6700원 대였다. 이와 비교해보면 랭스는 100㎖ 당 14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주류 소비 채널이 가정으로 옮겨졌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더라도 집에서 여러 술을 즐기는 문화가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했다”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위스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고 선택의 폭도 넓히기 위해 위스키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위스키뿐 아니라 다른 주류 제품도 출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상반기 안에 RTD(Ready To Drink) 주류 '순하리 레몬진'의 대용량 버전(500ml)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최근 롯데칠성음료의 실적발표 자료를 통해 소개됐다.
일명 '섞음주'라고 번역되는 RTD 주류는 술과 음료 등 여러 재료를 혼합해 캔이나 병에 담은제품을 말한다.
순하리 레몬진과 같은 저도수 RTD 주류도 홈술 트렌드에 따라 인기가 높아진 대표적 상품이다. 집에서 주류를 소비하면 취향에 맞게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 먹거나 다양한 주종을 음용할 수 있어서 RTD 주류와 위스키 등의 판매가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표가 이처럼 저가 위스키에 이어 섞음주 출시까지 속도를 내는 것은 롯데칠성음료가 실제로 홈술 트렌드에 힘입어 주류부문의 실적개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순하리 레몬진은 지난해 5월 출시된 이후 한 달 만에 판매량이 3배나 증가했다. 주류부문에서 위스키와 브랜디 등 수입 증류주에 해당하는 스피리츠사업만 보면 2021년 매출은 2020년보다 35.8% 성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롯데칠성음료는 2021년에 주류부문에서 매출 6723억 원, 영업이익 245억 원을 냈다. 2020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10.3% 늘었고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위스키 이외에 와인 제품으로도 홈술 트렌드를 적극 공략하고 신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는 등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의 실적개선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와이너리 인수도 검토하고 있는데 해외 유명 산지 위주로 인수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표는 2월 초에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 강화를 위해 증류소를 만들거나 와이너리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와인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신세계그룹이 미국 현지의 와이너리를 인수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홈술 트렌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공사가 발표한 '2021년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서 심층 인터뷰를 한 도매유통업자와 소매유통업자, 통신판매업자 모두가 코로나19 이후에도 가정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