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사업목적에 의료기기와 블록체인을 추가하며 새 먹거리를 찾고 있다.
LG전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가전제품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생활가전에서 의료기기로 사업확장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 |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던 태양광패널사업 중단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효율화를 완성한 뒤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블록체인과 의료기기 등을 추가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LG전자는 3월24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목적에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판매’, ‘암호화 자산의 매매 및 중개업’ 등을 추가한다.
이는 LG전자가 태양광패널사업을 대신할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LG전자는 이미 2020년 10월 가정용 탈모 치료기 ’프라엘 메디헤어‘를 선보이면서 의료기기사업에 발을 들였다.
프라엘 메디헤어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용 레이저 기기 3등급에 해당하는 허가를 받았다. 200만 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비슷한 저출력 레이저 치료(LLLT) 의료기기 가운데 가장 비싸지만 인터넷 탈모 커뮤니티 등에서는 그만큼 효과가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LG전자는 2022년 1월 가정용 통증완화기 ‘메디페인’을 출시하고 동물용 의료기기 제조업 허가까지 받는 등 의료기기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의료기기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에 대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보건사업진흥원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기기시장 규모는 2020년 4191억 달러에서 2025년에 5893억 달러로 연평균 6.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다. 국내 의료기기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7조5천억 원 수준으로 2016년부터 연평균 6.6%씩 커졌다.
LG전자의 블록체인사업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2020년 5월부터 글로벌 분산원장 플랫폼인 ‘헤데라 해시그래프’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해 왔다. 헤데라 해시그래프 이사회에는 구글, IBM, 보잉, 도이치텔레콤 등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신한은행도 참가하고 있다.
분산원장 플랫폼은 거래정보를 특정 중앙서버에 기록하지 않고 네트워크 모든 참여자에 분산해 관리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말한다.
LG전자는 우선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가전제품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고객이 구입한 가전제품 이력이나 인공지능 플랫폼 ‘씽큐’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에 저장한 뒤 이를 소비자 맞춤형 광고 송출에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씽큐 앱의 결제, 사용자 인증 등에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출시되는 모든 가전제품에 인공지능 플랫폼 ‘씽큐’을 연결해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원한다.
▲ 김병훈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 |
이는 애플이나 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오랫동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것과 비슷한 전략인데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까지 접목해 보안성을 높이는 것이다.
LG전자는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전문가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2021년 10월 채용 홈페이지에 블록체인 소프트웨어(SW) 개발자와 서비스 사용자경험(UX), 시나리오 개발자를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LG전자가 이처럼 블록체인 전문가 채용을 공식적으로 한 것은 처음이었다.
김병훈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도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부사장은 올해 2월10일 소프트웨어(SW) 전문가 과정을 마친 임직원 120명에게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불가토큰(NFT) 인증서를 수여하기도 했다.
LG전자가 ‘암호화 자산의 매매 및 중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LG전자가 자체 가상화폐나 거래소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보다는 LG전자 플랫폼 안에서 대체불가토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선이 좀 더 우세하다.
김열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TV에 대체불가토큰을 사고 파는 플랫폼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는데 LG전자도 비슷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