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해액 1위 업체 엔켐이 고객사인 배터리업체 생산능력 확대에 발맞춰 공격적 증설계획을 잡고 원재료 내재화를 위한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정강 엔켐 대표이사는 이를 통해 성장성 확보와 원가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 오정강 엔켐 대표이사.
4일 엔켐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오 대표는 올해 2곳의 전해액 공장을 증설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더해 오 대표는 2025년까지 전해액 생산 설비를 지난해 말 기준 7만5천 톤에서 22만5천 톤까지 늘린다는 방침도 세웠다.
엔켐은 전기차 배터리의 4대 핵심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가운데 하나인 전해액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전해액은 2차전지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양극과 음극을 오가는 이온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엔켐의 주요 고객회사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중국 CATL 등이 있다. 엔켐은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에 전해액 생산량의 80~90%를 납품하고 나머지를 중국 CATL에 납품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엔켐은 SK온이 사용하는 전해액의 7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구나 엔켐은 미국 조지아주 전해액 공장에서 SK온의 조지아 1, 2공장의 21.5GWh의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전해액을 단독으로 공급한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 이어 테네시주, 켄터키주까지 모두 15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엔켐의 수혜가 예상된다.
또 다른 고객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상장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국내외에서 공격적 증설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도 엔켐에겐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엔켐은 미국 공장에 110만㎡에 달하는 유휴부지도 확보해두고 있어 고객회사들의 증설에 따른 전해액 수요 확대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
유해물질(불산)을 이용하는 전해액 제조공정의 특성상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용도 관련 인허가를 마친 넓은 유휴부지를 확보한 것은 엔켐의 주요 경쟁력으로 꼽힌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해액 사업은 공장설립과 품질 점검기간을 고려할 때 새로운 전해액 업체가 진입하기 어려워 이미 부지를 비롯한 기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엔켐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아울러 고객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향한 점유율 확대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설비증설과 함께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장기계약과 내재화 등 전해액의 주요 원재료 범용전해질(LiPF6)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한다.
엔켐은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장기계약을 통해 고정가격으로 원재료를 조달하는 비중이 이미 월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2021년 4분기 기준으로 엔켐이 장기계약을 통해 원재료를 조달하는 비중은 80%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안타증권은 엔켐이 올해 하반기부터 사실상 대부분의 범용전해질을 장기계약을 통해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이렇게 되면 원가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게 돼 엔켐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엔켐은 중국 쉬다(Shida)와 합작회사(지분 49%)를 통해 범용전해질 생산의 내재화를 꾀하고 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엔켐이 조인트벤처를 통해 범용전해질을 완전히 내재화하는 시기를 2023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엔켐이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5903억 원, 영업이익 605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에는 매출 1조494억 원, 영업이익 1167억 원으로 급격한 실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오정강 대표이사는 최근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엔켐은 글로벌 미래 에너지 솔루션 제공자로서 국내외 모든 고객이 만족하는 글로벌 전해액 제조사로 성장하겠다”며 “한국 배터리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