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두산중공업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연초부터 일감 확보에 속도가 나고 있어 올해 수주가 지난해보다 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두산중공업은 목표의 27%에 그친 2조3202억 원의 일감을 확보하는 데 그쳤었지만 올해는 1월부터 기존 사업 분야에서 잇달아 성과를 올리며 박 회장은 지난해 초반과 다른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독일에서 1600억 원 규모의 폐자원 에너지화(WtE, Waste to Energy) 플랜트 수주를 따냈는데 추가 수주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폐자원 에너지화 플랜트는 산업현장이나 가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가연성 폐자원을 가스화, 소각, 열분해 등의 과정을 거쳐 에너지화하는 시설이다. 이 설비는 전력과 열을 공급하면서 쓰레기 매립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설비로 주목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20년 8월 폴란드를 시작으로 이번 독일까지 잇달아 폐자원 에너지화 플랜트 4건을 수주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유럽에서 최근 5년 동안 매년 폐자원 에너지화 플랜트 10여 건이 발주됐고 올해부터 2025년까지 80여 건의 신규 발주가 전망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해수담수화 플랜트시장 확대를 통한 일감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집트 개발사업자(디벨로퍼) 겸 대형 건설사 핫산 알람 및 사우디아라비아·스페인 합작사 알마르 워터 솔루션즈와 손잡고 이집트 해수담수화시장 진출을 노린다.
영국 물 전문 시장조사 기관 GWI에 따르면 이집트에서는 2025년까지 하루 280만 톤 규모의 해수담수화사업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된다. 담수 100만 톤은 부산광역시 전체에서 하루 동안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이다.
두산중공업은 지금껏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해수담수화 플랜트 30여 개를 건설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두산중공업은 사우디 산업투자공사 두수르, 국영석유기업 아람코 자회사 아람코 개발회사와 주단조 합작회사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 합작회사와 공장 건설을 위해 1조 원 규모의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을 맺게 된다.
박 회장은 연초부터 기존사업에서 수주 확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수소가스터빈, 소형모듈원전(SMR), 풍력발전 등 친환경 사업에서 실제 성과가 나기 전까지 이익체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이 채권단 관리체제 졸업 뒤 완전한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박 회장이 핵심계열사 두산중공업의 친환경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일이 핵심으로 꼽힌다.
다만 이 미래사업들이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다소 필요한 만큼 기존 사업에서 실적 확대를 이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박지원 회장은 사우디에 주단조 합작회사 설립 협약을 맺으며 “이번 합작회사가 두산중공업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두산그룹 채권단은 조만간 두산그룹 채권단 관리체제 졸업을 위한 외부기관 재무진단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3월 유상증자를 통해 1조3260억 원을 확보하고 이 가운데 6천억 원을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한다.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를 통해 2020년 6월 채권단으로부터 빌린 3조 원을 모두 갚고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신용평가업계도 경영 정상화를 앞둔 두산중공업 미래를 밝게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를 결정한 뒤 12월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현재 BBB-인 두산중공업 신용등급의 등급전망을 기존 ‘부정적’에서 각각 ‘안정적’, '긍정적 검토'로 1단계씩 높여 잡았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가 끝나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된다”며 “꾸준한 구조조정을 통해 고정비 부담을 크게 완화한 가운데 수주도 양호해 향후 3~4년 동안의 안정적 수익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