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높은 기업가치 평가를 받고 기업공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앞서 기업공개를 실시한 카카오뱅크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케이뱅크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는 예상보다 1년 이상 앞당긴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기업공개 준비에 나섰다.
케이뱅크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흑자를 달성하는 등 성장 기대감이 커지며 기업공개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기적으로 카카오뱅크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점이 케이뱅크 기업공개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케이뱅크가 기업공개를 위한 기업가치 평가에서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비교군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기 떄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자산가치(PBR)는 최근 급격히 쪼그라든 상황이다. 지난해 8월 PBR 13.41배에서 18일 기준 6.40배로 낮아졌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공개 당시 30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금융지주들을 제치고 금융 대장주에 올랐지만 최근 20조 원까지 주저앉으며 KB금융지주에 금융 대장주 자리를 내줬다.
투자 시장에서 카카오뱅크를 놓고 인터넷전문은행업계의 성장성에 한계가 왔다고 판단한다면 케이뱅크의 기업가치 평가도 낮아질 수 있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여수신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데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규제 속에 여신 성장이 둔화됐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에 맞춰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을 높일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에 집중하기로 하며 지난해 말부터 고신용자 대출을 아예 중단했다. 올해 들어와서도 고신용자 대출 중단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뱅크도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저신용자의 대출 비중을 높이라는 주문을 받았지만 오히려 비중이 후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11월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케이뱅크의 3분기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은 13.7%로 직전 분기 15.5%보다 1.8%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 말부터 고신용자 대출을 중단한 카카오뱅크의 상황을 케이뱅크가 고스란히 겪을 수도 있는 셈이다.
그동안 케이뱅크가 차별성으로 내세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도 경쟁력이 희석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2020년 8월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선보였다. 이후 올해 1월까지 누적 취급액 1조 원을 달성했다.
케이뱅크 여신상품 가운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인데 이제는 대부분 시중은행들도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다만 최근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을 단순히 성장성이 둔화됐기 때문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앞서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하며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해 도덕성 논란이 번졌고 이후 카카오그룹 전반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업계가 아닌 카카오뱅크에 국한돼 투자자들의 마음이 돌아선 것이라면 경쟁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케이뱅크는 여수신 규모에서 카카오뱅크에 밀리고 있지만 금융플랫폼으로서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해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 통해 고객 수(2021년 12월 기준 700만 명)를 두 배 이상 늘리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보다 다양한 주주사 및 관계사를 보유한 것도 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케이뱅크 주주사는 28곳에 이르는데 BC카드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금융사 외에도 GS리테일, 컴투스, 스마일게이트 등 다양한 분야의 주주사가 참여하고 있다.
케이뱅크 지배구조는 KT, BC카드, 케이뱅크로 이어진다. KT가 BC카드를 자회사로 두고 BC카드는 케이뱅크 1대 주주로 있다.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KT가 금융사들과 지분관계 확대하며 협업 통로를 늘리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KT는 지난해 핀테크기업 뱅크샐러드, 웹케시 등에 지분 투자를 실시했고 올해 들어서는 17일 신한융지주와 4천억 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했다.
주주사 및 관계사를 통해 상품이나 사업단위에서 협업 가능성이 다방면으로 열려있는 셈이다.
케이뱅크는 7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했다.
1월 안에 증권사의 제안서를 받아 2월 중으로 주관사단을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케이뱅크는 18일 기준으로 장외 시장에서 시가총액 8조 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보다 33%가량 높아진 수치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