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 비중 줄이기에 주력했다.
2022년에는 국내 주식시장 상황을 살피며 국내주식 털기의 강도를 조절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올해 1년 동안 모두 23조8267억 원 규모의 국내주식을 순매도 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순매도 규모는 올해 전체 기관의 순매도 규모 37조8596억 원 가운데 63.64%를 차지할 정도다.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치다. 직전 최대 기록인 2009년 8조1770억 원과 비교하면 세 배에 가깝다.
개별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를 10조9480억 원어치 순매도해 압도적으로 많은 물량을 털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순매도 종목과 그 규모를 보면 LG화학이 1조9876억, SK하이닉스가 1조8106억 원, 네이버가 1조5856억 원 정도다.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주식 대량 순매도는 올해 삼성전자 주가가 부진한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개미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1월 중에 9만 원대였다가 10월에는 6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12월에는 회복 흐름을 보였으나 결국 30일에 7만8300원으로 거래를 마쳐 8만 원대까지 회복하지는 못했다.
국민연금은 대량의 국내주식 순매도를 통해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한 만큼 내년에는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주식 순매도에 속도를 높였던 것은 올해 연말까지 국내주식 보유비중 목표치인 16.8%를 맞추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비중은 20.4%였다. 올해 목표치인 16.8%에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인 ±2%포인트를 넘어간 수치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비중이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를 넘어가자 4월에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전락적 자산배분 허용범위의 폭을 ±3%포인트로 조정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올해 월간 기준으로 5, 6월과 12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순매도를 이어오면서 현재는 국내주식 보유비중 목표치에 1%포인트 이내로 근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금융투자자산 내 국내주식 비중은 3분기 기준 18.4%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17.5% 수준으로 낮아졌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국민연금이 2026년 말까지 국내주식 보유비중을 14.5%까지 낮추기로 하는 등 장기적으로 국내주식 시장에서의 투자를 줄이기로 방향을 잡은 만큼 내년에도 순매도라는 방향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유비중의 운영에서 여력이 생긴 만큼 내년 국내증시 상황에 따라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5, 6월을 제외하고 순매도를 이어왔지만 11월 말에 코스피가 2800선이 위협받을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12월에는 4610억 원 순매수로 대응한 바 있다.
김 연구원은 “올해 4분기 해외주식 대비 국내주식이 약세를 보이는 등 국내외 증시 디커플링으로 국민연금의 수급 개선 여지가 생겼다”며 “국민연금의 신규 여유자금 배분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순매도 일변도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3월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도 국내 주식시장에 주요 변수인 만큼 국민연금의 투자 방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 국민이 개인투자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식시장을 향한 여론의 관심이 커진 상황이므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주식시장을 놓고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7일 ‘주식시장 선진화 공약’을 발표하며 증권거래세 폐지 등을 내세우기도 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6일 공개된 유튜브채널 ‘삼프로TV’에서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 비중은 지나치게 낮다”며 “크게 늘려야 할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비중 문제를 언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