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으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사상 최장기간 수감 생활을 이어가다 사면을 받았다. 사실상 정치적 메시지로 여겨지는 책 출판 이후 행보에 더욱 관심이 커진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21년 7월20일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박 전 대통령이 내놓은 자서전 성격의 옥중서신 모음집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탄핵을 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고 엉킨 실타래도 한 올 한 올 풀려질 것으로 믿고 있다"며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심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은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귀를 닫고 눈을 감아버리던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며 "저에 관한 사법적 판단이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만 또 다른 새로운 발걸음이 시작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의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고 정도를 걷지 않는 자는 결국 하늘이 망하게 한다"며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는 지지자 글에 "묵묵히 견디고 참아내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형식적으로 합법적 모습을 가지더라도 진실적으로 정당성이 없다면 이를 법치주의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라고 답장했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언론과 사법부를 향한 비난도 쏟아냈다.
박 전 대통령은 "가짜뉴스와 가십거리 위주의 미확인 보도를 무책임하게 보도하고도 단 한 번도 그런 오보에 관해 반성하지 않는 일부 언론들을 보면서 실망도 많이 했다"며 "언젠가 언론도 확인되지 않은 무책임한 보도에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수많은 수모를 감수하면서도 일주일에 4번씩 살인적 재판일정을 참아낸 것은 사법부가 진실의 편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줄 것이라는 일말의 믿음 때문이었다"며 "말이 되지 않는 이유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고 정해진 결론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0월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재판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책을 통해 밝힌 셈이다.
권성동·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 탄핵 당시 찬성파에 섰던 인사들을 향한 분노도 감추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권성동·장제원 의원을 언급한 편지에 "거짓말로 속이고 선동한 자들은 누구라도 언젠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의원은 현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책 속 발언만으로 파장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팀장이었다.
책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의혹'과 관련한 언급도 들어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날은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관저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다"며 "세월호가 침몰했던 당시의 상황과 관련해 저에 관한 해괴한 루머와 악의적 모함들이 있었지만 저는 진실의 힘을 믿었기에 침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추려고 한 것도 없고 감출 이유도 없다"며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것이 진실인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라는 책은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탄핵 이후 지지자들로부터 옥중에서 받은 서신과 이에 관한 답장을 엮은 내용이 담겨있다.
제1장 2017년-하늘이 무너지던해, 제2장 2018-끝없는 기다림, 제3장 2019년-희망을 보았다, 제4장 2020년-그리고, 아직 등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출판했다.
책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이뤄지기 몇 시간 전에 공개됐다. 박 전 대통령은 31일 0시 신년 특별사면을 받아 4년9개월 만에 석방됐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긴 수감생활을 보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징역 22년을 확정받았다. 최근 건강 악화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사면을 받아 석방 후에도 당분간 병원생활을 이어간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병원 앞에 모여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했다. 사면 효력이 발생하는 0시가 되기 30초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외치다 정시를 기해 폭죽을 터뜨리며 기쁨을 나눴다. [비즈니스포스트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