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기존 BU(비즈니스유닛) 체제를 대신해 HQ(헤드쿼터) 체제를 도입하면서 크게 식품, 쇼핑, 호텔, 화학, 건설, 렌탈 등 6개 사업군으로 사업을 나눴다.
6개 사업군에 속하지 않는 정보기술(IT), 데이터, 물류사업은 별도로 두고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기존 비즈니스유닛(BU)체제에서는 사업의 본질이 다른 기업들도 어딘가에는 포함돼 있어야 하는 구조였다”며 “헤드쿼터(HQ)체제에서는 사업의 특성이 다른 기업들은 별도로 빼서 전략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게 되며 지주회사가 따로 관리하는 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롯데그룹에서 물류를 책임지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유통과 식품, 제조 등의 물류 인프라와 운영노하우를 갖춘 롯데로지스틱스와 택배사업을 통해 해외 12개 나라에 네트워크를 보유한 롯데글로벌로지스(옛 현대택배)가 결합해 2019년 3월 출범했다.
최근 온라인과 해외 직구(직접구매) 쇼핑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코로나19 위기로 물류대란이 세계적으로 벌어지면서 물류사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통합 온라인쇼핑몰 ‘롯데온’의 성공을 위해서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역할은 중요하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의 성공을 위해 전국의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의 유통망을 활용하는 ‘마이크로 풀필먼트’를 통해 기반을 다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를 실현시켜 줄 물류기업의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온라인쇼핑시장 규모는 2021년 185조5600억 원에서 2022년 211조8600억 원, 2023년 241조56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국내 해외직구 거래금액은 4조1094억 원으로 처음 4조 원을 넘어섰다. 2018년 해외직구 거래금액이 2조9717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사이 38.3%가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는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 사장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가장 유력한 롯데그룹의 다음 기업공개(IPO) 주자로 꼽힌다.
최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물류업 호황에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이 기회에 상장까지 내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통합법인이 출범한 뒤 가장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박 사장이 취임한 첫해인 2019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매출 2조546억 원, 영업이익 104억 원을 냈다. 하지만 순손실 112억 원을 봤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2017년과 2018년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이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합법인이 출범한 뒤 실적이 개선된 것이지만 이자비용과 파생상품거래손실 등에 영향을 받아 순손실은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본 데 이어 올해는 3분기까지 이미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넘어서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매출 1조9747억 원, 영업이익 365억 원을 냈다. 순이익은 229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한 해 동안에는 매출 2조3375억 원, 영업이익 236억 원, 순이익 9억 원을 냈다.
코로나19로 온라인쇼핑이 크게 늘면서 물류업이 호황을 맞은 영향이 컸지만 박 사장이 취임한 이후 첨단물류기술 도입 등을 통해 업무 효율성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것도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에 박 대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이런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를 철저한 성과주의 기조에 따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롯데그룹에서 오래 몸담은 ‘전통 롯데맨’을 주로 기용했던 것과 달리 외부인사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이런 롯데그룹의 달라진 기조 속에서 ‘전통 롯데맨’인 박 사장이 승진했다는 것은 롯데그룹이 그만큼 박 사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박 사장은 2019년 3월6일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 통합법인의 첫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1988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하면서 롯데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롯데장학재단을 거쳐 롯데로지스틱스로 자리를 옮겨 영업관리부문·유통물류부문장, 이사, 상무를 지냈으며 2017년부터는 롯데로지스틱스 대표이사 전무를 맡았다.
박 사장은 2019년 3월 통합법인 출범식 및 비전선포식에서 “통합법인을 2023년까지 연 매출 5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며 “합병회사의 외형규모는 연 매출 3조 원 수준인데 전략적 인프라 확충과 시너지 극대화, 물류서비스 혁신 등을 통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