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규공장 투자를 곧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TSMC는 삼성전자보다 앞서 미국 파운드리공장 건설에 착공했는데 이 공장에 초미세공정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도 미국 파운드리 신공장에 초미세공정을 도입해 TSMC와 기술력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늦어도 올해 안에 미국 파운드리 신공장과 관련한 투자계획을 확정 발표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삼성전자가 신공장을 TSMC와 비슷한 시기에 가동하기 위해서는 투자 결정이 올해를 넘기면 안 될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6월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파운드리공장 신설의 첫 삽을 떴다.
삼성전자의 신공장 가동시점이 TSMC의 공장보다 지나치게 늦어진다면 초기 고객사 확보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재계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삼성전자가 투자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 도중 18일과 19일에 걸쳐 워싱턴DC에서 미국 의회 핵심 의원들과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및 반도체 투자 관련 인센티브 등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글로벌기업들을 방문해 협력을 논의한 뒤 23일 또는 24일 귀국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현지에서 큰 투자를 위한 기틀을 다지고 있는 만큼 투자계획 발표와 추진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시선이다.
삼성전자가 내년 미국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에 착공한다면 2024~2025년 양산 가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TSMC가 애리조나주에 짓는 파운드리공장의 가동시점과 비슷하다.
TSMC의 애리조나 파운드리공장은 미국에서 가동되는 첫 5나노미터 이하 초미세공정 파운드리공장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신공장에 초미세공정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와 같은 신기술을 미국 파운드리 신공장에 도입해 TSMC와 정면대결을 펼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반도체 구성 단위인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채널을 제어하는 ‘게이트’로 이뤄진다.
게이트올어라운드는 트랜지스터의 채널과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채널과 게이트가 3면에서 맞닿는 기존 ‘핀펫(FinFET)’ 방식보다 반도체가 동작하는 전압을 낮추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TSMC는 내년 하반기에 각각 3나노 파운드리의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 게이트올어라운드 방식을, TSMC는 기존 핀펫 방식을 채택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기술을 도입해 TSMC와의 기술력 대결에서 우위를 들고가고자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TSMC는 현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회사) 고객사들을 놓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며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신공장에 초미세공정을 도입해 현지에서 TSMC와 기술 수준을 맞춰가거나 앞서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대형기술기업들이 많은데 이들은 팹리스로서 삼성전자나 TSMC 등 파운드리회사에 반도체 위탁생산 일감을 맡기는 대형고객사이기도 하다.
퀄컴처럼 삼성전자와 TSMC 양쪽에 반도체 위탁생산물량을 발주하는 곳도 있고 엔비디아처럼 삼성전자에게만 일감을 맡기는 곳과 애플처럼 TSMC에만 맡기는 곳도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TSMC는 대만에서 각각 초미세공정 파운드리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미국 공장이 가동하고 나면 현지 고객사를 더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서 수주 경쟁이 격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TSMC와 최소한 기술 수준을 맞추거나 더 선진화한 기술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미국에서도 TSMC에게 밀리는 파운드리회사가 될 수밖에 없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17.3%로 2위에 올랐다. 1위 TSMC는 점유율 52.9%로 두 회사 격차가 3배 수준이다.
그러나 10나노 이하의 미세공정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와 TSMC가 4대6 정도로 시장을 양분해 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도 분석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 수준이 진보할수록 초미세공정 파운드리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로서는 초미세공정에서 TSMC를 제치는 것이 앞으로 전체 점유율에서도 TSMC를 따라잡는 길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 공장은 14나노미터 공정이 중심인 만큼 초미세공정 대결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 5월 미국 파운드리 투자계획을 공식화하던 때부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신공장에 초미세공정을 도입할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투자에 170억 달러(20조 원가량)를 들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투자 후보지역으로 오스틴 공장과 멀지 않은 텍사스주 테일러가 유력하게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