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대형 IT기업의 경영진과 만나 데이터서버분야에서 삼성전자 및 계열사와 폭넓은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서버용 반도체와 밀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IT기업들의 데이터서버 투자 확대에 맞춰 다방면으로 사업기회를 찾게 될 가능성이 있다.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길에서 아마존과 MS 경영진을 만나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 계획을 논의했는지는 외부에 발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미국 출장일정을 보내고 있는 이 부회장이 20일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아마존 등 대형 IT기업 경영진을 잇따라 만났다고만 밝혔다.
전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은 이런 기업들과 사업적으로 연관성이 큰 데이터서버 등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 차원의 폭넓은 협력을 추진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터서버 관련된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 담당부서나 전자계열사들이 이 부회장과 대형 IT기업 경영진의 협력 논의를 바탕으로 성장기회를 노릴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아마존과 MS는 글로벌 클라우드 1, 2위 업체로 클라우드사업 급성장에 대응해 대규모 데이터서버 투자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및 계열사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마존의 3분기 클라우드사업 영업이익은 전체 영업익의 100% 이상을 넘어서면서 다른 사업부에서 발생한 손실을 만회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38% 증가하며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MS는 부문별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지만 3분기 클라우드사업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늘었고 클라우드사업 성장에 힘입어 전체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냈다고 밝혔다.
아마존과 MS는 세계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불러온 클라우드사업의 가파른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두 회사 경영진이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과 만난 것은 데이터서버 투자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서버용 반도체 등 수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물론 IT기업 경영진과 만나 반도체 공급 등 세부내용을 논의하기보다 데이터서버 분야에서 관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큰 틀의 중장기 협력방안을 논의했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아마존과 MS는 당장 대규모 데이터서버 투자에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 부회장과 진행한 논의를 계기로 삼아 곧바로 실제 사업적 협력을 추진하는 데도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서버용 D램과 SSD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 공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서버용 프로세서 반도체 위탁생산이 가장 우선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D램과 서버용 SSD시장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앞선 기술력과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최근 대형IT기업들이 서버용 프로세서를 자체 개발해 위탁생산하는 사례도 늘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미 서버에 탑재하는 프로세서를 자체적으로 개발한 뒤 외부 반도체기업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고 MS도 자체 프로세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하반기부터 서버용 FC-BGA 반도체기판 신사업 진출을 계획하며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는 점도 서버용 반도체 최대 고객사인 아마존과 MS를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기는 서버용 반도체 1위 기업인 인텔에도 FC-BGA기판 공급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내년 하반기에 고부가 서버용 FC-BGA시장 진출과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장기적으로 수혜가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클라우드사업 확대를 성장에 가장 핵심으로 둔 글로벌 대형IT기업들은 자동차산업을 강타한 세계적 반도체 공급부족문제가 서버용 반도체와 반도체기판 등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클라우드 선두업체인 아마존과 MS 경영진이 이 부회장과 만난 가장 큰 목적은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관계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최근 서버 하드웨어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며 “급격한 데이터서버 수요 증가가 일부 부품의 공급부족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 부회장은 이전부터 아마존 및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과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순조로운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미국에서 해마다 열리는 비즈니스포럼 ‘선밸리 콘퍼런스’를 통해 이 부회장과 친분을 쌓은 뒤 2018년 한국에서 이 부회장을 찾아 사업협력을 논의한 적이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를 비롯한 아마존 경영진도 이 부회장과 함께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여해 교류했다.
이 부회장이 약 5년만의 미국 출장길에 올라 적극적으로 현지기업 경영진과 소통하고 있는 만큼 출장일정을 마친 뒤 다양한 사업협력 계획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미 제약사 모더나와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 경영진도 만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삼성전자와 협력사업 추진 계획도 논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